킬러들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나인 야드'
기사입력 2000년 03월 07일 15시 21분
순도 100%의 유쾌함으로 중무장된 영화. 킬러들의 이야기를 그린 `나인 야드(The Whole Nine Yards)'(프랜차이즈 픽쳐스 제작,씨네월드 수입)는 시종 때리고 부수는 액션영화는 아니어도, 유니크한 유머가 가득한, 완벽한 흥행성을 갖춘 작품이다.
"코미디는 정확성이 생명이다. 재미가 있는가, 전혀 없는가에는 머리카락 한 올 만큼의 미세한 차이가 있을 뿐"이라는 감독의 말처럼 대단히 정교하게 계산된 시나리오가 빛난다.
`나인 야드'의 기본 설정은 무척 황당하다. 몬트리올에 사는 치과 의사 오즈(매튜 페리)의 옆집에 고골릭 갱단의 악명 높은 킬러인 지미(브루스 윌리스)가 이사를 온다.
얼핏 보면 평범해보이는 오즈도 속을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기막힌 상황의 한가운데에 놓여있다. 아내 소피(로잔나 아퀘트)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 그의 목을 호시탐탐 노리는가 하면, 착한 비서 질(아만다 피트)은 알고보니 소피가 고용한 킬러다. 설상가상, 오즈는 킬러 지미의 아내 신시아(나타샤 헨스트리지)와 사랑에 빠진다.
이뿐 아니다. 신시아로부터 갱단 두목 고골릭이 감옥에 갇히기 전에 1000만달러를 튤립 등과 공동명의로 예금해뒀다는 이야기를 듣는 오즈는 심지어 내로라하는 갱들과 1000만달러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어떻게 이런 일이? `말도 안돼'라며 피식 웃고 말 일이지만 `나인 야드'는 이 황당한 이야기를 설득력있게 끌어나간다. 중심 축은 계속되는 배신의 반전.
지미에게 현상금을 내건 야니파와 접속한 오즈는 지미와도 내통한다. 야니파의 행동대장인 프랭키(마이클 클라크 던컨)는 지미와 한통 속이다. 소피에게 고용됐던 킬러 질은 오즈의 인간성에 반해 변심, 자신의 우상인 지미와 팀을 이룬다. 새로운 킬러를 고용한 소피는 격전지를 찾는데, 알고 보니 이 킬러는 경찰이다.
시간이 흐를 수록 꼬여가는 상황. 결국 제일 바보처럼 보이는 오즈가 사랑과 돈을 모두 차지한다는 유쾌한 결론까지 웃음과 긴장이 계속 이어진다.
여기에 개성파 연기자들의 빛나는 연기가 생동감을 불어넣는다.
NBC TV의 `프렌즈'로 스타덤에 올랐던 메튜 페리는 진짜 웃긴다. 엄숙한 살인 준비 현장에서 이상한 소리를 내는 등, 엉거주춤한 동작 하나 하나가 배꼽을 잡게 한다. 브루스 윌리스를 능가하는 스타성을 보여준다.
오즈의 교활한 아내 소피역을 맡은 로잔나 아퀘트의 `재수없는' 연기, 나체극으로 적들을 무찌르는 황당한 킬러 아만다 피트도 사랑스럽다. `돈가방을 든 수녀'의 조나단 린이 연출을 맡았다. 미국 박스 오피스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고 있다. (11일, 서울 명보 허리우드)
[전상희 기자 fr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