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보건의 신현덕씨 '전여옥 칼럼' 반박문
기사입력 2000년 03월 07일 15시 06분
전여옥님의 글과 백병원 소아과장님의 글을 읽고 감히 '새파란 ' 공중보건의사가 의견을 말씀드립니다.
저도 전여옥님처럼 우리 사회의 발전을 원하고 좋은 의사, 실력있고 사람다운 의사들이 많아지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일반인들이 잘못되고 왜곡된 의료행위를 지적하셔야 하고 의사들은 철저히 엄격해져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은 전문가로서의 의사의 의견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전여옥님의 2월 23일자 칼럼을 보고는 의사의 한 사람으로서, 더구나 그런 상황을 야기할 수도 있었던 초보의사로서 그 소아과 전공의 선생님을 두둔하고 싶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격무에 시달리고, 환자를 거부할 자유가 없는 의사로서 이런 심정은 의사외의 분들은 이해하기 힘드실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의사의 손을 들어주는 경솔함을 범할 의사는 없다고 봅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환자에게 성실하지 못했던 것은 용납되지 않으니까요. 백병원소아과 과장님께서도 그 상황자체를 구차하게 해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그 전공의 선생님의 상황을 이해하시고 너그러이 보시는 것일 뿐이겠지요.
아마도 놀라셨을 겁니다. 타당한 주장에 대해 많은 분들의 반론을 접하셨을 테니까요. 이제 왜 그처럼 많은, 전여옥님의 표현대로 굶어죽어도 싼 `3류의사'들이 반론을 제기하였는지 말씀드리려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서 제가 말씀드렸듯이 일반인들이 전문가인 의사의 의견을 `상식'적으로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합니다.
보건복지부의 1999년 통계연감에 의하면 의원급 의료기관의 휴폐업율은 8.7%로 심각한 상황에 직면해 있습니다. 오는 7월 의약분업이 실시되면 상황은 더 악화되어 대부분의 의원들이 위기에 처할 것입니다. 일반인들이 그 편의성으로 인해 의사의 처방을 받는 것을 번거러워 할 것이기 때문이죠. 대부분의 의사는 현재의 분업안이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대의명분을 충족시키기에 부족하고 나아가 왜곡된 의료를 조장할 소지가 있다고 여기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에 대한 의사들의 문제재기가 현실적인 수가 인상요구와 맞물리면서 의사들의 기득권 유지로만 비춰지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입니다. 과거에 인기가 있어 많은 지원자가 있던 외과 내과 소아과 산부인과 등은 이제 비인기과가 되어 극소수의 지원자가 있을뿐입니다. 치과 안과 등을 택하는 이유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이렇게 가다가는 우리의 환자들이 외국에 나가 외국인 의사들에게 수술을 받아야하는 사태가 벌어질 것이 뻔한 일입니다. 요즘 응급실은 어떤줄 아십니까. 침대가 모자라 맨바닥에 누워 있는 환자까지 있을 정도입니다. 적어도 한명의 의사가 많게는 하루 150명까지 진료해야하는 일까지 있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자신들의 운명을 잘 압니다.
잘못된 이해와 잘못된 관행과 잘못된 정책의 희생자가 되어 많은 수의 의사가 이 땅에서 사라져 갈 것입니다. 사라져 갈 의사들은 결코 3류의사만이 아닙니다. 전여옥님이 생각하시는 많은 1류의사도 사라져 갈 것입니다. 현재상황이 지속된다면 성실과 환자에 대한 사랑만으로 의업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이에 많은 사라져갈 의사들이 싸잡아 3류로 매도되어 억울한 마음에 반론을 제기한 것입니다.
의사들의 불만으로 인해 환자가 피해받는 것을 이해해 달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잘못된 정책의 이해없이 무고한 다수의 의사를 '삼류'로 몰았고 더구나 공개적으로 자존심을 상하게 한 것은 전여옥님의 잘못입니다.
젊은 의사에게 불쾌한 경험을 당하셨지만 의사들이 올바른 길을 가기를 바라셨던 전여옥님의 진심을 알겠습니다. 좋은 사회를 위해 전여옥님께서 의사들에게 사랑과 실력을 갖출 것을 제안하셨다면, 저는 일반인들에게 의사의 주장에도 귀를 기울여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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