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아쉬운 MIP탈락
기사입력 2000년 03월 07일 14시 13분
99∼2000 프로농구 정규리그 시상식에서 가장 동정을 많이 받은 선수는 삼성 이창수(31)였다.
기량발전상(Most Improved Player) 후보에 오른 이창수는 기자단투표에서 LG 박훈근(24)과 31표로 동률을 이루었으나 성적에 밀려 수상대에 서지 못했다.
프로농구 각종 타이틀 경쟁에서 처음 있는 일이었다.
함께 있던 동료들은 물론 화환을 준비했던 프런트 누구도 "안됐다"는 위로의 말조차 건네지 못했다.
여느 선수 같았으면 밤새 술독에 빠져 `1표'를 아쉬워했겠지만 이창수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이창수는 오히려 주위의 시선이 부담스러운 듯 숙소에 도착하자마자 다음날 훈련을 위해 몸도 마음도 편히 쉬었다.
애당초 목표는 기량발전상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팀 우승에 보탬이 되는 게 올시즌 목표입니다. 저는 경기에 출전할 수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하고요."
사실 프로농구에서 이창수만큼 `사연'이 많은 선수도 드물다.
군산고, 경희대를 거쳐 실업농구 삼성전자에 입단한 이창수는 96년 8월 간염으로 쓰러진 뒤 97년 3월 재기했다가 그해 8월 다시 코트를 떠나야했다.
98년 2월 2전3기에 성공한 이창수는 환자가 아닌 어엿한 프로농구 선수로 수상후보에 오를 만큼 컨디션을 되찾았다.
굳이 상을 받지 않았더라도 이미 `인간승리'의 드라마는 훌륭하게 촬영을 마친 셈이다.
이창수는 그러나 여기에 만족하지 않는다.
9일부터 시작되는 기아와의 플레이오프에서 팀 승리의 주연이 되는 게 진짜 목표이기 때문이다.
"기아의 주득점원 와센버그를 철통같이 막는 게 제 임무입니다."
이민형 삼성코치는 "(이)창수는 리바운드도 좋고 훅슛을 잘 쏘기 때문에 공수 양면에서 큰 활약을 할 것"이라고 보증한다.
손이 커 `왕손'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이창수는 특유의 긴 팔을 쭉 편 채 플레이오프를 기다리고 있다.
[김승우 기자 swki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