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개그맨 김국진과 면허시험장 재치
기사입력 2000년 03월 06일 15시 11분
연예계에서 개그계처럼 방송 입문에 어려움이 따르는 분야도 없을 것이다. 사실 공채 시험에 단번에 합격한 개그맨들은 거의 없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한두번은 기본이고, 많게는 다섯번에 걸친 도전 끝에 자신의 이름 앞에 개그맨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이들도 수두룩하다. 그러나 한가지 공통된 사실이 있다. 시험을 많이 보면 볼수록 스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예인들도 어려움은 마찬가지이지만, 그래도 필자가 보기엔 개그계처럼 운보다 노력이 중요한 분야도 없을 듯하다.
우리나라에 토크쇼라는 장르를 소개한 쟈니 윤. 우리보다 한 수 높다는 미국에서도 알아주는 진행 솜씨였지만 맛깔스런 토크 하나를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당시 그는 방송이 있을 때마다 미국에서 날아오곤 했는데 한국을 찾는 것이 하루 이틀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항상 그의 손에는 무거운 짐가방이 들려 있었다.
그 곳에는 미국의 조크집 수십 권이 들어 있었던 것. 그는 호텔방에서 밤새워 책을 읽으며 잠시도 유머감각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쟈니 윤과 마찬가지로 신동엽 역시 대단한 노력파인데 그처럼 힘들게 다른 사람을 웃기는 개그맨은 없다는 게 방송관계자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끼보다는 후천적인 노력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는 것.
서세원 역시 역사학자에 못지 않은 해박한 역사상식을 지니고 있을 정도로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있으며, 개그맨 정선희 역시 힘들고 고통스런 자신과의 싸움을 통해 태어난 `웃음천사'다.
김철민이라는 개그맨은 3개 방송국 개그맨 시험에 모두 떨어졌다고 한다. 모두 그를 포기했지만, 이에 낙담하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인 끝에 마침내 자신의 꿈을 이뤄냈다.
방송계와 개그계의 한석규로 불리는 김국진 역시 개그 콘테스트 낙방의 경험이 있는 재수생.
한번은 조혜련과 같은 조가 되어 면접을 치뤘는데 조혜련이 공옥진 춤으로 기선을 제압했다. 춤을 추기 시작한지 얼마 안돼 심사위원들이 심드렁한 모습으로 "됐어요. 다음"을 외쳤고, 자신에게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을 염려했던 김국진은 기지를 발휘했다.
"여보세요? 전 아직 안했는데요. 저 웃겨요!"
그리고 결국 그는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김국진 정말 웃겨요'라는 찬사를 받는, 개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글:이문성 [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