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수첩] '빅리그 정복' 올시즌 분수령
기사입력 2000년 03월 03일 14시 52분
미국 진출 햇수로 7년째, 빅 리그(Big League·메이저 리그의 애칭) 5년째에 선발만 4년째.
2000년 시즌을 시작하는 `코리안 특급' 박찬호(27·LA 다저스)가 전기를 맞고 있다. 항상 도전과 응전의 투쟁과 시달림속에 어느 한해도 중요하지 않았던 시즌이 없지만 올시즌의 의미는 또 남다르다. 이미 400만달러대, 한화로 약 45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는 중견이 됐지만 `빅리그의 거물'로 용솟음칠 수 있느냐의 열쇠가 올시즌 속에 숨겨져 있다.
본인이 미국야구에 도전하며 밝힌 `10계단 정복'으로 치면 이제 4~5계단쯤은 오른 셈. 그러나 마지막 계단까지 완전히 정복하려면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지만 연봉으로 따지자면 1000만달러대의 몸값을 받는 선수가 되야 빅리그를 호령했다고 말할 수 있겠다.
2000년 시즌을 앞두고 박찬호에 대한 기대는 그 어느 때보다 높다. 이례적으로 밝힌 본인의 20승 도전 각오는 물론 팀 관계자들이나 현지 언론에서도 박찬호에 대한 기대는 연일 상종가다.
그러나 부정론도 없는 것이 아니다. `스태츠사'에서 발간한 메이저리그 핸드북은 2000년 시즌 모든 선수들의 성적을 예상 발표했는데 박찬호는 33번 선발 등판에 12승12패, 방어율 4.26으로 점치고 있다. `얼티미트 스포츠사'에서 나온 올시즌 메이저리그 예상집에는 박찬호를 10점 만점에 6.1점으로 평가, 케빈 브라운(7.5점)과 대런 드라이포트(6.3점) 아래에 놓았다.
제구력과 구속 변화 능력, 마운드에서의 위압감 등에서 평균점 이하를 받았다. 구위를 뛰어나지만 공이 높고 너무 쏠리는 경향이 있으며, 왼손 타자 상대로 흘러나가는 구질이 없다는 비판이었다.
이런 문제점들에 대해서는 박찬호 본인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집중적인 훈련을 쌓고 있다. 스포츠 심리학자까지 만나 정신적인 면을 강화시키고 있다. 지난 7년을 항상 곁에서 지켜봤지만 올해처럼 본인이 여유있고, 즐거워보인 적은 없었다.
한국시간으로 5일 뉴욕 메츠와의 원정 시범경기 선발 등판을 시작으로 박찬호는 2000년 빅 리그 정복에 나선다. 올시즌이 끝난 뒤에는 1%의 부정론도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러나 모든 스포트 라이트와 부담감을 이겨내고 상대 타자들을 제압하는 일은 본인이 외롭게 치러낼 수 밖에 없다. 참 고독한 길이지만 결국 마운드에는 혼자밖에는 올라갈 수가 없으니까.
[베로비치(미 플로리다주)=민훈기 특파원 hkmin＠earthlink.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