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스턴 캠프 '코리안 열풍'
기사입력 2000년 03월 02일 14시 25분
"이참에 여기서 보스턴 한인회나 만들어봐?"
보스턴이 스프링캠프를 차린 포트마이어스에 한국인 바람이 거세다. 2월부터 둥지를 튼 맏형 이상훈(29)은 터줏대감격. 지난달 14일(이하 한국시간)엔 조진호(25)와 김선우(24)가 합류했고, 2일에는 서울에서 날아온 송승준(20)이 가세했다. 오는 7일에는 외야수 오철희(19)가 도착할 예정. 도미니카공화국 출신이 휩쓰는 메이저리그의 외국인 판도지만 적어도 보스턴만큼은 한국인이 당당 `주류'다.
현지 언론의 관심도 크다. 스포츠전문방송 ESPN은 이상훈과 조진호 김선우를 밀착취재하는 한국의 신문, 방송기자들을 `플래툰(platoon, 소대)'으로 표현하며 빅리그의 새로운 풍속도로 다뤘다. 몰려든 한인들로 포트마이어스의 유일한 한국식당 `오리가미'는 때아닌 호황을 맞고있다.
팀내 입지도 탄탄해졌다. 3일 오전 9시5분 미네소타전 구원등판을 앞둔 이상훈은 팀내 동료들로부터 따뜻한 시선을 받고 있다. 갈기머리의 닮은꼴 투수 로드 벡은 "금발용 염색약을 빌려야겠다"는 농담을 할 정도로 친근감을 표시했고, 라이브 피칭 상대였던 브라이언 더박, 호세 오퍼맨 등의 타자들은 이상훈의 구위에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지난달 훈련초반부터 함께한 톰 고든과 데릭 로우는 늘 격려를 아끼지 않는 든든한 후원자다.
김선우의 급상승은 주목할 만하다. 조 케리건 투수코치가 2일 "올해는 써니(김선우의 애칭)의 개인 매니저를 하고 싶다"고 할 정도로 성장이 두드러진다.
조진호는 당당한 제5선발 후보. 송승준 역시 보스턴에서 손꼽히는 유망주로 확실히 자리를 잡았다.
보스턴에서 불어닥칠 한국인 바람을 기대해도 좋을 듯 하다.
[포트마이어스(미 플로리다주)＝국제전화 김우석 기자 kwooseo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