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수, 숨은 공로자… 'MIP는 내것'
기사입력 2000년 03월 02일 14시 25분
삼성의 식스맨 센터 이창수(31)는 소금 같은 존재다.
이창수의 임무는 남들이 꺼리는 허드렛일. 상대팀의 주득점원인 외국인 선수를 전담마크하는 게 주된 역할이다.
한 수 위인 이방인들의 공격을 인정사정없이 파울로 끊어야 할 때가 많다. 우격다짐으로 버티다보면 감정싸움으로 번지는 경우가 다반사. 관중들이 모르는 사이에 이창수와 상대팀 용병은 주먹질을 교환하기도 한다.
당연히 파울수가 많다. 1경기만 빼고 올시즌서 개근한 이창수가 기록한 파울은 무려 147개. 팀내 최다. 1쿼터에 파울 4개를 연달아 먹고 벤치로 쫓겨온 날도 부지기수.
속모르는 사람들은 이창수의 그런 플레이를 "너무 난폭하다"고 비난하지만 그는 욕먹는 것도 행복하다.
이창수는 4년전 농구볼을 영원히 놓을 뻔 했다. 프로농구 출범을 앞둔 96년 급성 B형간염 진단을 받은 것. "몸에 좋다는 약은 닥치는 대로 먹었다"는 그는 간염 치료를 위해 중국도 서너차례나 다녀왔다.
97∼98시즌서 잠시 컴백했지만 정규리그에 들어서자마자 재발하는 바람에 다시 병원신세를 졌다.
그리고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각오로 나선 올시즌. 이창수는 무섭게 달라져 있었다.
평균 6.3득점에 2.9리바운드. 하잘 것 없어보이지만 속은 알토란이다. 특히 수치화할 수 없는 외국인 선수에 대한 수비력은 단연 팀내 으뜸. 김동광 감독은 삼성의 2년 연속 플레이오프 진출의 숨은 공로자로 주저없이 이창수를 꼽는다.
삼성측은 "올시즌 기량발전상(MIP)의 주인은 이창수가 될 것"이라고 자신한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