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방울 뮬렌-혼 '현저한 기량차이'
기사입력 2000년 03월 02일 14시 02분
"제발 시즌 개막까지는 기다려주세요." (헨슬리 뮬렌)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타이론 혼)
하와이에서 전지훈련중인 쌍방울 김준환 감독이 두명의 외국인타자때문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3루수겸 외야수 헨슬리 뮬렌(33)과 외야수 타이론 혼(30). 지난해 쌍방울은 이들을 김감독의 주장대로 한방을 겸비한 강타자로 평가, 영입했다. 하지만 큰 기대를 걸었던 뮬렌은 생각외로 페이스가 올라오지 않는 반면 혼은 예상보다 훨씬 나은 자질을 보여 주위를 흥분시키고 있다.
뮬렌은 지난 94∼96년 3년간 일본프로야구 지바 롯데와 야쿠르트에서 77홈런을 터뜨린 검증받은 `용병'. 김감독은 섬세한 일본야구 경험을 높이 샀다. 1m93, 96㎏의 건장한 체구에서 터져 나오는 폭발적인 스윙을 목이 빠져라 기다렸지만 속만 탄다. 지난달 29일(한국시간) 하와이 주립대와의 경기서도 뮬렌은 4번타자로 나서 4구 3개를 얻었을 뿐 2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중심이동이 매끄럽지 못하고 공을 쫓아다니기 바빴다.
돈없는 쌍방울 탓에 계약금(3만달러)을 못받아 뮬렌이 `태업'중이라는 설도 있지만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스윙이 부끄럽다.
이에 비해 혼은 기대이상이다. 지난 두차례 연습경기서 무안타에 그쳤지만 지난달 29일 경기서 3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렸다. 선구안이 좋고 정확한 스윙에 힘이 넘친다는 평가. 김감독은 특히 묵묵히 훈련에 전념하는 성실함을 으뜸으로 꼽고 있다.
미국 본토에서 곧바로 하와이 전훈지로 합류한 탓에 유니폼을 못맞춰 29일 경기때 뮬렌은 투수 강희석, 혼은 이동수의 옷을 빌려 입었다. 투수 `강희석'보다 팀의 중심타자인 `이동수'의 방망이가 훨씬 날카로웠던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까?
[하와이＝박재호 특파원 jhpar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