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발적인 연기로 `왕과 비'를 화제드라마로 만든 안재모
기사입력 2000년 02월 29일 14시 24분
안재모. 22세.
애티가 채 가시지 않은 동안. 하지만 그 광기어린 눈빛, 말투, 표정이 소름끼친다. KBS 1TV 대하드라마 `왕과 비'의 연산군역.
폐비윤씨의 아들. 어머니의 원수를 갚기 시작하면서 살풍(殺風)이 드라마를 휘감고 있다. 할머니인 인수대비(채시라)와 바늘끝 위에서 맞붙어 브라운관이 긴장으로 깨질듯 하다.
늙은 신하들을 술로 조롱하고, 궁녀에게 독주를 마시게해 숨지게 하는 등 각종 기행은 섬뜩할 정도.
당초 연산군으로 안재모가 확정됐을때 주위에선 반신반의. 너무 어리고 유약한 이미지가 남아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안재모 투입 한달여가 지나자 `진실'이 가려졌다.
시청자들의 엄청난 호평. 시청률은 무려 40%대 까지 육박했다.
요즘 `왕과 비'는 전국 화제작이었던 `용의 눈물'에 못지 않다.
제작진이 "미소년 얼굴의 안재모가 반항아적 이미지엔 딱이다. 두고보라"고 한 큰소리가 절묘하게 들어맞고 있는 셈이다.
안재모의 매력은? 악역답지 않게 목소리가 청아하다. 대나무 통속을 울리는 것 같다. 늘 복식호흡을 통해 목소리와 발음을 가다듬는다.
대본을 받으면 엄청나게 분석한다. 매니저에게 모니터를 하게 하고, 표정 하나까지 철저하게 맞춘다. 최근엔 웃음소리가 불만. 더 차갑고 위협적이어야 한다는 판단.
연예계 대선배들인 극중 신하들과 정사를 논하는 신을 찍을때 종종 있는 일. 안재모는 NG가 나지 않아도 자신의 연기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시 한번'을 연출진에 요청한다. 요즘엔 한회에 A4 용지로 8장까지 되는 대사가 있을 정도.
엄청난 대사부담 탓에 얼마전엔 한 신을 찍으면서 무려 20여차례나 NG를 냈다. 안재모의 연기가 드라마의 성패를 좌우하는 터라 윤용훈PD는 "간밤에 무슨일이 있었냐"며 즉석에서 매니저를 호출해 닥달하기도 했다.
그 다음날. 안재모는 생모의 피묻은 손수건을 전달받고 장시간 울부짖는 신을 NG없이 단한번에 해냈다. 스태프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나왔다.
"하루에도 몇번씩 천당과 지옥을 오가고 있어요. 이렇게 힘들기는 처음이에요."
안재모는 용인민속촌→전주→경복궁 등으로 하루 수백km씩 이동하는 날도 허다하다. 서울 마포에서 형과 자취를 하고 있는데 얼마전엔 피곤이 겹쳐 그만 코피를 쏟고 말았다. 극중 피바람을 일으키기전 정작 피는 자신이 먼저 흘린 셈.
`용의 눈물'의 충령대군을 거쳐 연산군으로 차세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자리잡은 안재모. 취미인 드라이브처럼 그는 이미 스타의 길로 접어들어 고속질주하고 있다. [이유현 기자 youlee@]
◇ 안재모?
▲생년월일:79년 9월20일
▲학력:안양예고-단국대 연극영화과 1학년 휴학중
▲고향:부산
▲이성상:지적이고 착한 여자
▲대표드라마:`용의눈물' `학교' `어사출두' `마법의 성' `행진'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