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보, 게임당 적정득점 15점 '허재 스코어'에 울고웃고
기사입력 2000년 02월 29일 14시 15분
삼보가 `허 재 스코어'에 울고 웃는다.
팀이 승리하기 위해 플레잉코치 허 재가 올려야 하는 적정득점이 있기 때문이다.
삼보관계자들이 감각으로 느끼는 `허재 스코어'는 15득점 안팎.
허 재가 이보다 많은 득점을 기록할 경우 삼보는 실제로 힘든 경기를 펼치곤 했다.
지난 26일 대전 현대전서 허 재가 28득점을 하던 날 삼보는 97대112로 대패했다.
또 39득점으로 올시즌 개인 최다 득점을 올렸던 지난해 12월 2일 삼성전에서는 88대95로 졌던 아픈 기억도 있다.
아무리 농구가 점수를 많이 넣은 팀이 이기는 경기라고 하더라도 허 재가 득점을 많이 올린 날 팀이 지는 까닭은 허 재의 역할은 `해결사'가 아닌 `조율사'이기 때문이다.
삼보가 최근 2연패를 한 것도 허 재의 부진이 큰 원인이다.
허 재는 `허 재 스코어'를 넘겨 경기를 그르친 다음날인 27일 원주 홈 마지막경기 기아전서 6득점에 그친 데다 `농구천재' 답지 않게 잦은 패스미스와 턴오버로 게임을 그르쳐 92대99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삼보가 2연패 한 게임의 공통점은 허 재가 볼을 잡은 시간이 많았다는 점.
허 재는 상대 수비망의 틈을 발견하면 곧바로 패스를 돌려 원활한 볼의 흐름이 이뤄지도록 하는 역할을 잊고 개인플레이를 앞세웠던 것이다.
대전 현대전서도 초반 야투성공률이 높자 게임 조율사의 역할을 잊어버린 채 후배 신기성 양경민 등 슈터들에게 공격 기회를 만들어주기 보다는 자신이 `해결사'역할을 자청하다 무리수를 두고 말았다.
허 재는 27일 기아전이 끝난 뒤 최종규 감독을 따로 찾았다.
"이틀간 워낙 몸이 가벼워 의욕이 넘쳤던 게 화근이었습니다. 지난 2경기를 남은 정규리그와 플레이오프서 좋은 교훈으로 삼겠습니다."
사령탑이 지시하기에 앞서 자신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낸 허 재 앞에서 최감독은 미소와 함께 어깨를 토닥거려주는 걸로 면담을 마쳤다.
이젠 또 한번 달라진 `농구 대통령'이 어떤 팀플레이를 엮어낼지 지켜볼 일이다.
[이백일 기자 maveri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