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이성진 '동문회 결속 인터넷 효과'
기사입력 2000년 02월 23일 14시 30분
`졸업시즌에는 네티즌이 증가한다?'
2월은 졸업시즌이다. 초등학교에서부터 대학에 이르기까지 많은 학교들이 이 시기에 기쁨과 아쉬움이 어우러진 졸업을 맞는다.
졸업생들은 졸업과 동시에 상급학교로 진학하거나 사회로 진출하면서 정든 학우들과 헤어지게 된다. 이들은 대부분 `졸업을 해도 변치말자'며 돈독한 우정을 약속한다.
그러나 최근 어떤 기업의 광고 카피에서도 `나쁜 XX, 연락도 안하고…'라고 표현했듯이 이런 종류의 약속은 쉽사리 잊혀지는 것 같다.
그러나 인터넷 세상에선 이런 모습에도 변화가 일고 있다.
인터넷 세상에서 운영중인 수많은 동문회 모임에 졸업생들이 속속 모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기존의 PC통신은 물론 인터넷의 커뮤니티 전문 사이트에서 운영 중인 동문회에 가입을 하거나 새롭게 자신들만의 모임을 만들고 이곳을 통해 인간관계를 이어나가려 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가 다양화되고 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이런 사이버 동문 모임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있다.
실생활에서는 서로 다른 환경과 처지로 인해 자주 만날 수 없는 동문들이 사이버상에서는 쉽사리 서로의 소식을 전하고 채팅과 사진도 교환한다. 또 즉석에서 번개(모임)를 갖기도 한다.
이들에게 인터넷 세상은 또 하나의 현실공간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이런 모습은 실생활의 사람들이 인터넷 세상으로 이주하는 대표적인 사례다. 네티즌이 증가하는 이유는 단지 컴퓨터 보급대수가 늘어나거나 회선의 속도가 빨라지기 때문이 아니다.
인터넷 세상에 네티즌이 증가하는 또 다른 동기에는 이런 것도 있다.
작년부터 불어닥친 인터넷 채팅 붐에는 `드러나지 않은' 한 네티즌 집단의 기여가 컸다. 다름아닌 윤락가의 직업여성들이다.
이들은 단조로운 직업생활에서 느낀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직장 인근에까지 들어선 게임방에 삼삼오오 몰려가 인터넷 채팅에 열을 올렸다.
이들의 활약(?)에 힘입어 짜릿한 체험을 한 네티즌의 경험담이 인터넷을 타고 떠돌자 인터넷 채팅은 그야말로 비약적인 발전을 하게 된 것이다. 급기야 검색어 순위 만년 1위인 `섹스'를 밀어내고 `채팅'이 정상을 차지하게 됐을 정도다.
그렇다면 직업여성들이 인터넷 세상으로 이주해온 동기는 무엇이었을까?
어쨌든 이들은 인터넷의 익명성을 이용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잠시 동안이나마 전혀 새로운 인물로 태어날 수 있었다.
그리고 자신들의 검증받은 미모를 통해 속칭 `킹카'로 불리며 뭇 남성 네티즌의 극진한 대접을 받는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이는 인터넷 채팅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다.
인터넷 세상의 네티즌이 증가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실생활이든 인터넷 세상이든 사람들이 모이는 동기는 크게 다르지 않다. 이런 동기 중에서 인터넷에서 더 수월하게 가능한 것들을 찾아내 그곳에서 자신의 활동을 펴는 것이 인터넷 세상에서 잘사는 비결일 것이다.
인터넷 세상을 이해하려면 실제 생활 상식에 입각한 유연한 사고를 가져야 한다.
[데일리 클릭 보도 국장 이성진 master＠dailyclick.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