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현주엽 데려올걸' 삼성 때늦은 후회
기사입력 2000년 02월 22일 13시 12분
시즌 초반까지만 해도 `2약'으로 꼽혔던 골드뱅크가 중반 이후 돌풍을 일으킬 수 있었던 것은 현주엽(25)이란 0.1t짜리 월척을 낚았기 때문. `현주엽 클리커스'로 부를 만큼 그의 비중은 대단하다.
원래 놓친 고기가 더 커보이는 법. 대어를 놓친 삼성은 요즘 입맛이 쓰다.
지난 연말 SK는 현주엽을 놓고 삼성과 골드뱅크에 나란히 미끼를 던졌다. 삼성쪽엔 `문경은+10억원'을 제시했고 골드뱅크에겐 `조상현+5억원'이란 카드를 내밀었다.
삼성으로선 귀가 솔깃한 제안이었다. 현주엽이 누군가. 신인 드래프트에서 그를 지명하기 위해 97∼98시즌서는 져주기 추태까지 감수하지 않았던가. 여기에 김동광 감독도 "무조건 현주엽을 데려와야 한다"며 결정을 늦추는 구단을 재촉했다.
장고(長考)에 장고.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둔 어느날 밤, 단장 모임에서 삼성은 "없었던 일로 하자"며 정중히 거절했다.
표면적인 이유는 지난해 12월 신인 드래프트에서 현주엽과 같은 포지션인 고려대 출신 이규섭을 영입했다는 것. 또 그동안 삼성의 간판이었던 문경은의 자존심도 배려하지 않을 수 없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5억원이 지나치게 많다"고 버텼던 골드뱅크만 졸지에 푼돈 3억8000만원에 어부지리를 한 셈이 됐다.
도도한 역사의 물줄기에 가정(假定)이 있을 수 없겠지만 만약 현주엽이 삼성 유니폼을 입었다면. 대다수 전문가들은 "정상을 노려볼 만한 전력으로 변모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대어를 놓친 것도 아쉬운 판에 요즘 삼성에선 코칭스태프와 구단이 책임소재를 놓고 갈등을 빚는다는 잡음까지 들려온다.
[류성옥 기자 watchdo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