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 카사노바] 가짜 미군장교 (1)
기사입력 2000년 02월 21일 14시 30분
"재벌 2세다" "결혼해 외국에 가서 살자" "미군장교다"는 달콤한 소리만 들으면 서슴없이 성을 `대출'해주는 여성들. 카사노바들은 이런 여성들만 가려가며 몸도 뺏고 돈도 뺏는다. 여성들을 카사노바들의 덫으로부터 지켜주기 위해 그들의 수법을 낱낱이 파헤쳐 연재한다. [편집자주]
가짜 미군장교①
"오빠, 우리 결혼하면 정말 미국가서 사는거지?"
"그럼."
"주말엔 서부 사막을 가로지르는 도로를 질주하며 드라이브를 즐기는거야?"
지난해 2월 서울 중심가의 한 여관. 알몸의 20대 남녀가 이불속에서 서로 마주보고 누워 속삭이고 있었다.
남자는 빙긋이 웃으며 "걱정마. 원하는대로 다 즐기며 살도록 해줄게"하고는 여자를 다시 끌어안았다.
여자는 마냥 행복한듯 남자의 품으로 파고들었고 이들은 또다시 한동안 희열의 시간을 보냈다. 일을 마친뒤 여자는 남자의 얼굴에 흐른 땀을 정성껏 닦아주었고 남자는 슬며시 잠이 들었다.
김미숙(23．가명)은 박창수(26．가명)의 자는 얼굴을 들여다 보며 미8군 특수부대 소령인 이 남자가 한국근무를 마치는 3년후 펼쳐질 미국생활의 상상도를 그려보았다.
`남편이 출근할때 대문앞까지 따라나가 뽀뽀를 한뒤 하인과 함께 잔디가 깔린 넓은 마당과 정원을 다듬고 마당 한복판의 풀에서 수영을 하고, 저녁엔 남편과 파티에 참석하고….'
영화속에서나 보던 장면들. 자신이 그속의 주인공으로 살게 된다니 꿈만 같았다.
다음날 아침.
"신용카드 있으면 빌려줘. 부대에 물건을 사갖고 들어갈게 있거든. 내가 정보담당관인데 내 카드를 사용하면 정보가 누설될 우려가 있어. 사용하고 결제일 이전에 갚아줄게."
김미숙에게 의심이란 있을 수 없었다. 만난지는 불과 몇일밖에 안되지만 신분이 확실한 미군 정보장교이고 매너도 깔끔한 그를 도와줄 기회가 자신에게도 있다는게 오히려 기쁠 뿐이었다.
이들이 만난 것은 불과 3일전. 김미숙이 다니는 서울 시내 A교회에서였다.
당시 박창수는 교회에 들어와 신자 한사람에게 "미국에서 파견나온 미육군 소령입니다. 숙소가 이태원동인데 한국에 온지 얼마 안돼 지리를 잘 몰라서 그러니 혹시 그쪽 방향으로 가시는 분이 있으면 동행하게 해 주십시오"라고 정중하게 부탁을 했다.
때마침 옆을 지나던 김미숙은 박창수를 훑어보았다. 훤칠한 키에 핸섬한 외모, 게다가 미군장교라는 그에게 호감을 사 "제가 마침 그쪽에 들를 일이 있으니 안내해드리겠어요"하고 따라 나섰다.
차안에서 두 남녀의 대화가 꽃핀 것은 당연한 일. 한국에 대해 전혀 모른다는 박창수와 이를 설명해주는 김미숙간의 질문과 답변은 이태원에 도착한뒤 카페로 옮겨져 계속됐다.
2시간쯤뒤 박창수는 슬며시 시계를 보더니 부대 상황을 체크해야 할 시간이니 그만 일어서야겠다며 다음에 다시 만나자고 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007백을 열어 메모지를 꺼내 핸드폰 번호를 적어줬다.
그가 007백을 열때 안에 들어있던 군복과 권총이 보였다.
김미숙도 핸드폰 번호를 적어줬다. 이들은 3일뒤 저녁 종로의 한 카페에서 다시 만났다.
"지난번엔 고마웠습니다. 오늘은 제가 한턱 내겠습니다."
박창수는 식사를 하는동안 영어를 섞어가면서 미국에 대한 얘기를 늘어놓았다.
"아버지가 외국 합자 회사를 운영한다. 집은 LA이고 집에는 넓은 정원과 풀이 있다"는 등 그의 달변에 이끌려 김미숙은 술집으로 따라갔다.
박창수는 술잔을 기울이며 "결혼해서 미국으로 건너갈 생각은 없느냐"고 넌지시 물었다.
"글쎄요. 그런 생각을 해보기는 했는데 어디 마땅한 상대가 있어야지요."
"앞으로 3년간의 한국 근무를 마치면 미국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사실 한국 근무는 결혼하려고 자원해서 온 겁니다. 부모님께서 원하시거든요. 저도 외국인은 물론 미국식으로 변해 있는 교포여성이 싫습니다."
순간 김미숙의 눈이 반짝했다. 이를 잽싸게 포착한 박창수는 "사실 미숙씨는 내 이상형이야"하면서 김미숙의 옆자리로 옮겨앉아 귀엣말로 "우리 결혼해서 미국으로 건너가 살지"했다.
둘은 어느새 `오빠' `동생'하면서 말을 놓게 됐고 그날밤 자연스럽게 여관으로 `골인'하게 됐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