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강우석 '영화계의 자기 반성'
기사입력 2000년 02월 21일 14시 27분
－입후보 등록 마감일을 이틀 앞둔 현재, 영화계를 이끌어갈 지도자 선거에 관한 온갖 루머가 충무로를 휩쓸고 있었다. 현재 입후보자는 강우석 감독을 비롯해 7∼8명 정도.
－강감독은 서울 퇴계로 코끼리 빌딩에 선거캠프를 차려놓았지만, 영화인 출신 시민단체의 사퇴요구에 직면한 상태. 이 시민단체는 강감독이 영화사업으로 상당한 돈을 벌었음에도 불구하고, 불우한 영화인을 위해 한푼도 쓰지 않았을 뿐더러, 영화발전기금 마련에도 비협조적이었고, 한마디로 영화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인간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강감독은 강하게 반발하면서 온갖 구차한 해명자료를 마련해 자신의 정당성을 강변하고 있고, 한번만 기회를 준다면 영화계를 위해 돈과 마음을 모두 마치겠다는 공약을 남발했다.
－하지만 시민단체에선 강감독이 입후보를 사퇴할 때까지 영화인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인다는 방침이고, 이에 이성을 잃은 강감독은 분기탱천….
내가 식은 땀을 흘리며 꿈에서 깬 것은 이쯤이었다. 정말 악몽이었다. 감투에는 별로 욕심이 없다고 생각하는 내가 왜 이런 꿈을 꾸었을까.
하지만 웬지 꿈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요즘 세상 돌아가는 상황을 음미해보면, 정말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리란 보장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꿈속의 가상현실을 되돌아보면서 온몸이 다시 뜨거워지는 느낌을 받았다.
내가 진정 한국영화계를 위해 무얼 하고 있기는 한건가? 돈벌이에만 혈안이 되어 있는 것은 아닐까? 과대망상에 가까운 명예욕으로 인기를 쫓고 있는 것은 아닌가? 수많은 사람들이 노력해서 벌은 수익금에서 내몫 챙기기에만 급급했던 것은 아닐까?
나는 자기반성을 통해 꿈에서 받은 충격에서 깨어나려고 했다.
물론 꿈속에서 나말고 입후보한 사람들중에도 상당수가 사퇴운동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로 돈벌어서, 영화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는 부동산으로 돈을 더 벌고, 영화 재투자에는 등 돌리고 있는 후보. 영화로 번 돈을 갖고, 동료들에게는 연락도 없이 강남의 술집을 내집처럼 드나들며 졸부처럼 행동하는 후보. 영화를 제작해 대박을 터뜨리고도, 직원들에겐 보너스 한푼 주지 않을 뿐더러, 스태프들에게 약속한 잔금도 안주고, 오히려 후배들에게 훌륭한 선배처럼 행세하는 후보 등등.
만약 영화계에도 표로 심판하는 날이 온다면, 이런 후보들은 출마하는 그 순간부터 개망신을 당할 게 뻔하다.
정치권을 강타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낙천운동을 바라보면서, 우리 영화인들도 여기에 자신을 한번쯤 대입시켜보면서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P.S] 강우석 감독은 낙천 명단에 들어가지 않도록, 영화계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그런데 이거 사전 선거운동 아냐?
[영화감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