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개점휴업' 독수리 트레이너
기사입력 2000년 02월 20일 14시 02분
미국의 사막도시 피오리아.
한화 선수들이 이곳에 스프링캠프를 차린지 벌써 1개월여.
보름달이 뜬 요즘에는 선수들이 부쩍 고향을 그리워한다.
선수들 방의 달력에는 한결같이 한국에 돌아가는 3월5일에 동그라미가 처져있고 매일매일 D－18, D－17 등 전역을 앞둔 군인처럼 날을 지우고 있다.
이중 가장 향수병이 심한 사람은 조청희트레이너다.
야구단 트레이너는 그야말로 사명감으로 사는 직종.
훈련장에선 선수들의 부상우려로 한시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못하고, 숙소에선 선수들의 치료와 마사지 등으로 몸이 열개라도 부족한 실정.
특히 해외 전지훈련에선 육체와 정신 피로가 더욱 극심하다.
그런데 한달이 지나도록 한화에서는 감기환자 1명도 발생하지 않았다.
물론 타구에 맞아 병원에 간 선수도 없고 배팅을 잘못해 손목이 부은 선수도 없다.
이에 조트레이너는 훈련장에선 허드렛일로 소일하고 트레이너실을 활짝 열어놓은 숙소에선 찾는 이가 없어 항상 `개점휴업' 상태다.
예년같으면 밤 9시부터 자정까지 눈코뜰새가 없었지만 올해는 마사지를 받는 선수도 사막에서 사람보기처럼 어렵다.
사람이 그리운 조트레이너는 최근 노트북에 최신가요를 내장시켜 손님유치에 나섰지만 선수들 대부분이 음악 테이프를 준비해와 별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그런탓인지 요즘 조트레이너의 노트북에선 `와'나 `바꿔' 등 선수들 취향의 최신가요가 아닌 40세 전후가 즐겨듣는 뽕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밤이 괴로운 남자' 조청희트레이너의 하소연을 들어보자.
"가짜 환자라도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피오리아(미 애리조나주)＝이상주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