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모저모] 동전 앞-뒷면이 '운명' 갈라
기사입력 2000년 02월 18일 23시 08분
8강진출을 가리는 추첨은 경기직후 북중미축구연맹의 척 플레이저 사무총장 주관으로 동전(쿼터@25센트)을 이용해 실시됐다. 조직위는 한국－코스타리카전이 2대2로 끝나 한국과 캐나다가 승점 및 골득실차가 같아지자 양팀 감독을 인터뷰룸으로 호출. 플레이저는 "동전을 공중으로 던져 손등으로 받았을 때 앞면(조지 워싱턴 얼굴)이 나오면 한국의 승리, 뒷면(독수리)이 나오면 캐나다의 승리로 하겠다"며 양팀감독의 동의를 구했다.
잠시후 플레이저의 손등에 떨어진 동전이 뒷면으로 확인되자 허정무감독의 얼굴은 굳어졌다. 한국이 국제대회에서 추첨으로 승부를 가린 것은 청소년팀과 올림픽팀, 대표팀을 통틀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이 캐나다와 추첨 끝에 8강탈락이 확정되자 대표팀은 초상집 분위기. A매치 첫골을 넣은 이동국은 "득점 직후 승리를 확신했는데 어이가 없다"며 허탈해 했다. 또 2번째 골을 성공시킨 이민성은 취재진이 소감을 묻자 "패배한 마당에 무슨 말을 하겠냐"며 울상.
○…골드컵 조직위는 한국－코스타리카전의 공정한 판정을 위해 적잖이 신경썼다고. 이 경기의 주심이 코스타리카와 우호적인 온두라스의 샤비뇽에게 배정되자 "석연치 않은 판정으로 코스타리카가 이기면 코스타리카의 8강전을 한국의 김영주 심판에게 맡기겠다"고 전달한 것. 관계자들은 이날 판정이 공정했던 것으로 평가했다.
○…비록 8강진출에 실패했지만 한국은 코스타리카전에서 선전했다는 게 조직위의 분석. 특히 황선홍－이동국 투톱이 위력을 발휘했고 박진섭, 이영표의 측면공격이 살아나 2골을 넣을 수 있었다는 것. 하지만 후반에 체력이 떨어지고 공격수 완초페를 전담마크하는 데 실패해 연속으로 동점골을 허용해 아쉬움을 남겼다.
○…한국－코스타리카전에 앞서 멕시코－과테말라전을 관전한 멕시칸들이 경기장을 떠나지 않고 한국을 열심히 응원. 이들은 이동국, 이민성이 골을 넣을 때마다 나팔을 불고 파도타기를 하면서 "꼬레!"를 외친 것. 교민 김재훈씨(42)는 "멕시코가 한국과 여러차례 맞붙은 멕시칸들이 한국을 응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