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뉴스] 김문환 '재미에 지식까지 日만화의 저력'
기사입력 2000년 02월 17일 14시 36분
최근 며칠 동안 필자는 한 작품을 읽는 즐거움에 푹 빠져 지냈다. 시중에 판매되기 전에 교정을 보면서, 편집자만이 누리는 기쁨이다. 바로 호스노 후지히코의 '갤러리 페이크(복제화랑)'이란 작품이다.
이처럼 경탄 속에서 만화를 읽은 것은 도리야마 아키라의 '드래곤볼'에 이어 이번이 두번째다.
'갤러리 페이크'는 세계 걸작 미술품에 얽힌 비화를 감동으로 녹여 전해준다. 탁월한 지식의 힘으로 문화적 충격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청소년은 물론 일반인들도 꼭 한번 읽기를 권하고 싶다. 미술 전문가들이나 애호가들도 필독서로 읽어볼 필요가 있다.
그동안 만화 특유의 드라마적 구조로 우리에게 재미를 전해준 일본 작품은 많았다.
동심의 작가로 불리는 '짱구는 못말려'의 요시토 우수이, 감성의 작가인 '터치'의 아다치 마치루, '동경대 이야기'의 에가와 다치야, '슬램덩크'의 이노우에 다케히코, 사실의 작가로 대변되는 '시마과장'의 히로가네 겐지 등이다. 이들은 나름의 색깔과 특유의 방법으로 만화만이 표현할 수 재미를 보여주었다.
'소년 낚시왕', '미스터 키드', '침묵의 함대', '용', '미스터 초밥왕'도 여기에 속할 것이다. 이들은 취미나 생할을 소재로, 전문적인 영역의 세계를 재미를 보여주었다.이와 달리 '갤러리 페이크'는 문화와 지식을 전문적인 시각으로 재구성하여 재미로 전해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이제 만화도 재미만이 아닌 그 무엇이 필요한 시대가 되었다. 디지털 시대, 만화가 만화답게 생존하기 위해서는 재미에 취미, 생활, 지식 등을 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런 점에서 우수전문인력들이 그림만이 아닌 만화 스토리 부문에 대거 참여하는 풍토가 아쉬운 때이다.
['영점프' 편집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