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퇴폐업소 저승사자' 떴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15일 15시 34분
서울경찰청 특별기동팀 `허리케인' 대원 10명이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C이용원에 들이닥쳤다.
우당탕탕 대원들이 향한 곳은 주방.
벽 앞에 어지럽게 쌓여있는 라면 박스를 치운 후 `벽'을 열였다.
시뻘건 조명이 켜진 복도 뒤편 비상구로 나가려다 경찰에게 덜미를 잡힌 사람은 30대 남자 손님과 여자 종업원.
남자는 옷을 황급히 입었는지 윗도리를 뒤집어 입은 상태였고, 여자는 속옷은 움켜쥔 채 겉옷만 대충 걸치고 있었다.
다음은 이발소 내부 수색.
대원들은 성냥갑, 그릇, 쓰레기통 등 곳곳을 이잡듯 뒤지기 시작했다.
화장실 벽 틈과 화분의 흙 속에서 돌돌 말아 은박지에 넣어놓은 콘돔이 발견됐다.
또 다른 밀실을 찾기 위한 방법은 `벽 더듬기'.
벽이란 벽은 온통 다 밀어보고 두드려 본다.
거울, 신발장, 옷장 등을 뜯어보는 것은 물론이다.
이들이 한번 지나 간 업소는 태풍이 지난 간 듯 아수라장 그 자체였다.
서울경찰청의 특별기동팀 `허리케인'과 `떼제베'가 최근 불법영업을 일삼는 퇴폐 이발소, 호스트바, 보도방 등 유흥업소 사이에 공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7월 서울경찰청에서 미성년자 윤락, 음란퇴폐영업 등을 단속하기 위해 특수기동대원 중 우수대원 240명으로 창설한 단속반이다.
이들이 공포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기습적인 단속방법 때문.
단속반 출동 후 10분 내로 일대의 모든 유흥업소들에 소문이 나기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한꺼번에 투입되고 있다.
또 `허리케인'과 `떼제베'는 한번 단속 나간 곳의 비밀통로를 철저히 파악해 몇시간 혹은 며칠 뒤에 재출동, 불법영업을 뿌리뽑고 있다.
단속반은 이같은 단속을 통해 창설 이래 현재까지 모두 484건의 불법영업을 적발했다.
이들이 단속을 할 때 겪는 애로사항은 윤락이 이뤄졌다는 물증을 찾기 어렵다는 점.
최근 규제완화로 증기탕 등에서 옷을 다 벗고 퇴폐영업을 하고 있어도 성교를 했다는 증거가 없으면 처벌할 방법이 없다.
서울경찰청 최웅 풍속반장(50)은 "언제 있을지 모를 비상 단속을 위해 24시간 단체 합숙을 하고 있다"며 "불법 퇴폐영업이 뿌리뽑힐 때까지 `허리케인' `떼제베'를 무차별 투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영주 기자 sun＠sportschosun.com]
[사진·김경민 기자 kyungmi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