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플란다스의 개'] 강아지 실종소동 '릴레이 웃음꽃'
기사입력 2000년 02월 15일 14시 04분
한동안 관객들의 외면을 받아왔던 코미디 영화가 지난해 하반기 `주유소 습격사건'으로 다시 인기몰이를 시작하더니, 최근엔 `반칙왕'까지 빅히트 조짐을 보이고 있다.
19일 개봉되는 `플란다스의 개'(봉준호 감독－우노필름 제작)는 새로운 감각의 유니크한 코미디로 주목을 모으는 작품이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강원도의 힘'이란 비범한 영화를 보면서 평자들이 `홍상수식의 일상에 대한 통찰력'이란 표현을 종종 썼는데, `플란다스의 개' 역시 `봉준호식으로 일상을 바라본 코미디'라고 불릴만 하다.
`플란다스의 개'란 시나리오가 나왔을 때 영화관계자들은 "시나리오가 정말 좋다"면서도 대중성에 대해선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이 영화는 기존의 코미디와는 다르다. 장르영화가 아니기 때문에 어떤 영화라고 한마디로 설명하기도 힘들다. 홍상수 감독처럼, 단순하고 권태로운 일상에 대해 그리고 있는 것 같지만, 그 일상에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감독의 시각'이 숨어있다.
굳이 줄거리를 이야기하자면, 아파트촌에서 나른하게 살아가던 남자 대학원생(이성재)이 개 짖는 소리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 시작하고, 자신을 미치게 하는 개을 응징하려고 하는데 그만 엉뚱한 개를 잡고 만다. 아파트 사무실 경리 여사원(배두나)은 강아지 실종사건에 발벗고 나서고, 대학원생은 자신을 괴롭히는 진짜 개를 발견하게 되면서 또다시 개잡기에 나선다.
평범한 일상속에 `강아지 실종 사건'으로 인해 대소동이 펼쳐지고, 각 인물들의 별 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는 행동들이 `봉준호식 해석'으로 연속 웃음을 터뜨리게 만든다. 길거리에서 심부름을 시키는 아내와 슈퍼마켓까지 100@가 되느니, 안되느니 옥신각신하던 남편이 열받은 김에 100@ 짜리 두루마리 휴지를 굴리는 장면 등이 압권이다. 디테일이 강한 코미디 영화.
이성재는 이미 여러 작품에서 연기력을 평가받았지만, 배두나도 후드 티셔츠를 입고 종횡무진 스크린을 누비면서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그려내며 영화관계자 시사회에서 호평을 받았다.
보신탕을 좋아하는 수위아저씨 역할의 변희봉, 딱딱한 아내 역할의 김호정 등 조연들의 캐릭터도 재미있고, 남자주인공의 선배 역할로 잠깐 출연한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임상수 감독도 만만치 않은 연기실력을 보여준다.(19일, 서울 명보 허리우드 강변CGV11 씨네플러스 등)
[안영준 기자 jun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