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필성] 팀우승-타율상승 '두토끼 몰겠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15일 13시 49분
요즘 공필성(33．롯데)의 얼굴이 말이 아니다. 피가 펄펄 끓는 한창 때의 후배들과 똑같이 훈련을 소화해 내자니 아무래도 힘이 부치는 모양이다.
하지만 그의 입에선 `아이고' 소리 한번 안 나온다. 사색이 되도록 뛰고 구르면서도 입만은 꾹 다물고 있다. 물론 그게 공필성이다. 잔꾀를 부리거나 게으름피는 일 따위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교과서 같은 선수.
그렇다고 그 엄청난 스트레스를 툭툭 털어버릴 비법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참고 또 참을 뿐. 오로지 정신력이다.
프로 11년차에 접어든 공필성은 이번 전지훈련에서 처음 체력의 한계를 시인했다. "지난해와는 확실히 다르다"며.
하지만 그에게서 은퇴의 냄새를 맡기에는 턱없이 이른 것 같다. 일단 그라운드에 들어서면 불같은 투혼을 사르며 보는이로 하여금 나이를 싹 잊어버리게 만들기 때문이다.
친한 사람들에겐 이따금씩 "힘들다"며 엄살을 부리기도 하지만 막상 방망이만 쥐면 카멜레온처럼 30대의 탈을 싹 벗어버린다.
올시즌 공필성은 두가지 목표를 세웠다. 우선은 팀의 우승, 나머지 하나는 지난시즌 뚝 떨어진 타율(0.214)을 2할5푼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일이다. 지친 몸을 잠시도 놀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전성기 때 얻은 공필성의 별명은 `움직이는 화약고'. 어느새 30대 중반으로 치닫고 있지만 아직도 그 화약고가 `꽝'하고 터지기를 기다리는 팬들이 무척 많다.
[가고시마(일본)＝최재성 특파원 kkachi＠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