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 '스승의 은혜 반짝반짝 광냈어요'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3시 51분
"스승의 은혜를 반짝반짝하게 닦았습니다."
자신을 3년간 가르쳤던 학교 담임 등 교사 40여명의 구두를 이틀동안 닦아 졸업 `보은선물'로 대신한 송덕화군(18．중경고).
지난 10일과 11일 수업이 끝난 오전 11시 교무실에 구두닦이 박스를 들고 나타난 송군을 보고 교사들은 깜짝 놀랐다.
송군이 책상아래 놓여 있던 교사들의 구두를 한켤레씩 꺼내 닦기 시작했기 때문.
지난해 3월 이미 졸업선물로 `구두닦이'가 되기로 결심했다는 송군은 이 다짐을 근 1년간 가슴 속에 꼭꼭 묻어 두었다. 친한 친구들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송군은 "초등학교 3학년때부터 아버님 구두를 매일 닦아 이것 만큼은 자신이 있었다"며 "특히 구두를 닦은 선생님 대부분이 이번에 전근을 가기 때문에 더 아쉬웠다"고 말했다.
평소 학급 반장으로 모범생이던 송군의 이러한 행동에 선생님들은 웬일인가 의아해하면서도 "용돈 벌기 위해 나왔냐"는 등 농담을 건냈다.
교문을 지키던 수위아저씨에게도 구두솔을 들고 나선 송군.
오히려 미안해졌다. "나는 운동화를 신고 있어 괜찮다"며 끝내 뿌리치는 수위아저씨의 눈물을 보았기 때문이다.
집에 있던 구두솔 2개와 검정, 붉은색 왁스 등을 들고 이틀간 교무실을 휘젓고 다녔지만 정작 송군의 의도를 알아차린 선생님은 불과 몇명 뿐.
이 학교에서 지리를 가르치는 임은진 교사(여．30)는 "처음엔 졸업파티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선생님들의 구두를 닦는 줄 알았다"며 "그 아이의 진심을 알고는 교사로서 가슴이 뿌듯했다"고 말했다.
이 학교 지난해 졸업생인 송군의 누나 세화양(19．서강대 1년)도 한몫을 거들었다.
지난해 자신이 만든 치즈케이크를 선생님들에게 `선물'했던 세화양이 이날엔 해물부침개 60여장을 직접 만들어 돌린 것.
이들 남매는 두달전부터 2주일에 한번씩 경기도 파주 `천사의 집'과 후암동 뇌성마비 어린이집을 찾아 청소와 빨래 등을 해온 `숨은 천사'.
지난 12일 졸업식을 마치고 3월 국민대 경영학과에 진학하는 송군은 "사업가가 되서 어려운 이웃을 돕고 싶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 조차 쑥스러워 했다.
[이기철 기자 leek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