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소탐대실' 구단 이기주의 버려야
기사입력 2000년 02월 14일 13시 37분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의 구단 이기주의는 가히 금메달감으로 정평이 나있다. 프로야구 8개구단 사장으로 구성되는 이사회는 구단의 이익이라면 팬과 선수는 아랑곳없이 어제의 결정도 오늘 손바닥 뒤집듯 쉽게 바꿔버린다.
지난해 프리에이전트(FA)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이사회가 보여준 행태가 대표적인 예다. FA제도의 본래 취지가 선수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지만, 이사회는 선수이동을 막기 위해 보상금을 수시로 올리고, FA를 신청해도 데려가지 말자는 담합까지 했다.
선수들이 프로야구선수협의회(선수협)를 출범시킨 도화선이 이같은 이사회의 횡포 때문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신생팀 SK의 연고지 배정과 기존구단의 보상문제 등을 다룬 지난 11일의 이사회에서도 구단들은 자기팀 이익 챙기기에 바빴다. 이날 이사회는 도시연고제는 말뿐이고, SK에 수원이나 인천을 권유하는 대신 현대의 서울입성을 허용하자 라이벌 삼성이 반발해 자리를 박차고 나가버리기도 했다.
또 각 구단은 한 명의 선수라도 신생팀에 빼앗기지 않기 위해 보호선수를 25명으로 정하고, 이 명단에서 아예 신인선수, 외국인 선수, FA선수를 제외시켰다.
SK로서는 쌍방울선수들을 영입해 전력보강을 할 수도 있지만 지금의 선수수급방안으로는 당초 KBO가 약속한 4할 이상 승률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SK는 각 구단으로부터 한명씩 데려올수 있는 선수도 전력보강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않는 선수들이라며 창단보류라는 강수로 맞서고 있다.
IMF 후유증으로 주전선수들을 삼성과 현대에 팔아 구단을 겨우 꾸린 꼴찌팀 쌍방울의 지난해 한게임 평균관중은 고작 757명이다. 모든 스포츠가 그렇듯 팀간의 전력이 엇비슷해 물고물리는 접전이 계속돼야 관중이 몰려드는 것은 자명한 이치다.
이사회도 새천년부터는 바뀔때가 됐다. 선수협 파동을 되새기며 무엇이 진정으로 프로야구 발전과 구단의 이익을 위한 것인지, 프로야구 사장들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소탐대실(小貪大失), 작은 것을 탐내다가 큰 것을 잃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부국장 joygun＠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