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이승호 '흥미보다 정확한 정보가 우선'
기사입력 2000년 02월 13일 15시 27분
SBS TV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은 지난 10일 북한에서 귀순한 김소연씨를 초청, 김일성의 장수비결에 대해 이것저것 물어봤다. 김씨는 김일성의 무병장수를 위해 세웠다는 북한의 장수연구소 출신.
김씨가 들려준 김일성의 장수비법은 황당했다.
"김일성은 78세때 자신의 피를 체질이 비슷한 젊은 사람의 것으로 바꿨다" "50만 마리의 참새털로 만든 이불을 덮었다" "36가지의 약초로 만든 베개를 사용했다" "이빨을 호랑이 뼈로 해넣었다" "단백질이 보강된 `충성사과'라는 것을 먹었다" 등등.
사실 김일성의 장수비결에 대해서는 오래 전부터 별별 얘기들이 다 나돌았다. 김씨가 언급한 장수연구소의 설립과정에 관한 얘기부터가 한편의 야사같다.
1975년 유고를 방문한 김일성은 대통령 주치의로부터 "티토의 건강을 위해 신체부위를 3000가지로 세분, 부위별 전문의를 한명씩 지정해놓고 있다"를 얘기를 들었다. 그 후 김일성이 평양적십자병원 산하 임상연구소를 확대 개편해 장수연구소를 만들었다는 얘기다.
김일성의 장수비법을 소개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황당해보이는 방법들이 과연 의학적 검증을 받은 것인지는 알 수 없다. 이런 `정보'를 남편과 자식의 건강문제에 관심이 많을 수 밖에 없는 주부들에게 보여주는 것은 문제다. 제작진이 노린 것은 사실 `정보'보다는 `흥미'였을 것이다.
그러니 `김일성과 황제새'라는 흥미만점의 얘기를 제작진에게 들려주고싶다.
김일성은 생전에 불가리아의 전설적 보양식품이라는 `황제새'를 수입해 먹었다는 얘기가 있다. 김일성은 맑은 샘물만 마시고 산다는 이 새와 새알을 사망 직전까지 대량으로 수입해 먹었다고 한다. 김일성이 노령에도 여인들과 사랑을 나눌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 `황제새' 때문이었다는 얘기도 있다.
그러나 조류 전문가들은 `황제새'가 자고새의 일종으로 장수보양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고 한다.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 아침'을 시청한 전국의 참새 사냥꾼들이 갑자기 건강이불을 만들겠다며 총출동할까봐 걱정된다.
[이승호 기자 letitb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