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경환] 일본전훈 홈런쇼 '괴력'

기사입력 2000년 02월 13일 13시 14분


롯데 선수들의 훈련을 구경하기 위해 가고시마현 아이라구장을 찾는 인근 야구팬들은 너나없이 눈이 휘둥그레진다.

유독 한 선수가 때리는 공이 쉴새없이 담장을 넘어가기 때문이다. 좀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두발 중 한발이 홈런이다. 게다가 그 상당수는 관중석 뒤쪽 철망 상단에 꽂힌다.

그 주인공은 대체 누굴까. 호세? 마해영? 아니다. 조경환(28．좌익수)이다. 서울고→고려대를 거쳐 98년 롯데에 입단한 프로 3년차.

입단 첫해 그가 만든 진기록 하나. 난생 처음으로 나선 시범경기서 겁도 없이 백전노장 조계현(삼성)의 공을 관중석으로 날려 망신을 주더니 개막전서 그 상황을 고스란히 되풀이했다.

그 다음 경기서 또다시 한방 터뜨려 3경기 연속홈런. 다 놀랐다. 그 후 투수들로부터 집중적인 견제를 받았지만 그래도 19개나 때렸다. 호세(36개), 마해영(35개)에 이은 팀내 3위 기록이다.

한데 지금은 호세가 메이저리그로 떠나버리고, 마해영이 선수협에 가입하면서 합류가 늦어져 팀 방망이가 많이 물렁해져 있다. 김명성감독이나 일본인 타격 인스트럭터 모토이씨가 "조경환, 조경환"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모토이씨의 아쉬움 섞인 한마디. "아직 자기의 힘에 대한 믿음이 부족해요. 자신감 말입니다. 그것만 극복하면 3할대 타율에 홈런 30개는 거뜬할텐데 말입니다."

조경환 역시 올해는 뭔가 다른 느낌이 드는지 잔뜩 훈련욕심을 부린다.

[가고시마(일본)＝최재성 특파원 kkach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