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평] 방송사 등쌀에 예고된 '조성모 중상'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4시 06분
올 것이 왔다.
조성모가 드디어 쓰러졌다. 방송들이 딴죽을 걸었기 때문이다.
지난 4일 조성모는 방송사의 한 게임쇼에 나섰다가 다쳤다. 결국 연휴때 무릎인대가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고 깁스까지 했다. 정밀조사를 받아야 알 수 있지만, 예매까지 한 전국 투어콘서트도 취소해야할 형편이다.
이에 앞선 지난 28일에도 액션영화를 흉내낸 MBC 게임쇼에 출연했다가 부상했다. 창문을 뚫고 사다리를 붙잡다가 이를 놓쳐 3미터 아래도 떨어진 것이다. 평소 아팠던 오른쪽 어깨에 이어 왼쪽 어깨까지 다쳤다. 다음날 대학 편입시험까지 치른 그는 저녁 서울 첫공연에 나왔다. 여기서 그는 `아픈 몸답지 않게' 마이클 잭슨과 박진영 춤까지 춰댔다.
지난 연말부터 이번 설까지 그는 거의 쉴 틈이 없었다. 웬 특집이 그렇게 많은지, 조성모는 대학콘서트에도 가고, 유치원에 가서 보모도 하고. 스튜디오에 나가 초등학교때 첫사랑도 찾아야 했다.
스타는 방송사의 종인가. 물론 홍보를 위해 가수는 방송이 필요하고, 방송은 시청률을 위해 스타가 필요하다. 그러나 가수가 나가서 노래부르고 춤을 출 것이지, 왜 사다리에 올라타고 뜀틀을 하나. 또 `버라이어티쇼'에 나가선 재롱까지 떨며 `버라이어티'를 보여줘야 하고 `토크쇼'에서 개그를 해야하나.
매니저와 스타 본인의 과욕도 일부 책임이 있긴 하다. 그러나 방송사의 페어플레이는 진정 기대할 수 없는 건가. 치밀한 기획과 아기자기한 연출로 승부해야지, 왜 먼저 출연시키려 난리고, 불러내선 딴 짓을 시키는가.
스타는 팬을 끌고다니지만, 지금 방송사는 스타를 끌고 다닌다. 이쯤 되면 스타는 목줄 감긴 원숭이고, 방송은 먹이의 숨통이 끊길때까지 이를 악다문 사바나의 야수다.
[이준형 기자 roc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