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 전쟁소설] 분노의 바다 (113)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3시 48분
대마도 북동쪽 49㎞, 호위함 구라마
"한국 해군의 잠수함은 걱정 없겠지?"
"물론입니다. 사령！ 완벽히 청소했습니다. 그리고, 고속정들 뒤에 문무대왕 전단이 바짝 뒤쫓고 있습니다. 최고 속도에 가깝습니다. 사령！ 저런 속도라면 놈들의 잠수함은 절대 따라오지 못할 겁니다."
후카미 유조 해장보가 뭔가 미심쩍은 듯 함장 에가와 요시히코 일등해좌에게 질문했다. 그러나 호위대군 사령의 표정에는 불안한 기색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후카미는 단지 체크리스트의 항목을 확인하는 것처럼 한 번 더 한국 잠수함의 위치를 확인했을 뿐이었다. 전술상황판에서 한국 해군의 문무대왕 전단이 점점 제2 호위대군을 향해 가까워지고 있었지만 후카미 해장보는 전혀 걱정하지 않았다.
일본 해상자위대가 보유한 잠수함과 마찬가지로 한국 해군의 잠수함들도 최고 속도는 22노트 정도였다. 그 속도는 문무대왕 전단을 절대로 따라잡을 수 없는 속도이다. 게다가 잠수함이 시속 22노트를 낼 수 있는 것은 아주 짧은 시간에 불과했다. 고속으로 항주하면 배터리가 몇 시간만에 방전되기 때문이다.
문무대왕 전단이 잠수함의 호위를 받지 않고 초고속으로 항주하는 이유는 간단했다. 만약 시간을 끈다면 해상자위대 제4 호위대군이 가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시간을 끌수록 한국 해군에게 불리했다.
"놈들이 무덤으로 들어오고 있습니다."
에가와 일등해좌가 마치 후카미 해장보의 의중을 꿰뚫고 있는 것처럼 옆에서 거들었다. 그때였다. 전투정보실 중앙의 레이더를 담당하는 전탐부서가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위협상황을 알리는 경고메시지가 전술상황 디스플레이에 표시되고, 담당 자위관이 통신기를 들고 급박한 목소리로 외쳤다.
"함장！ 빅 버드에서 항공기 출현보고입니다. 방위 3-1-0으로부터 접근 중입니다. 숫자는 20기, 거리는 190㎞입니다！"
순간 안색이 변한 에가와 일좌가 후카미 해장보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나 후카미 해장보는 느긋했다. 그가 에가와 일좌를 뒤로하고 전술상황 디스플레이 쪽으로 걸었다.
"걱정할 것 없다. 빅 버드로부터 추적정보를 인계받는 즉시 대공전투 태세에 들어간다. 제62 호위대에게 명령을 전파하라."
후카미 사령은 갑작스런 항공기 내습경보를 접하고도 여유 있는 목소리였다. 문무대왕 전단이 단독으로 해상자위대 함대를 공격하지 않으리라는 것 쯤은 이미 예상하고 있던 바였다. 사령은 다만 올 것이 온 것이라고 생각했다.
62호위대. 그것은 함대방공을 담당하는 이지스함 공고, 그리고 사와카제가 편성된 전대이다. 이제 그들이 나설 때였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