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내꿈은 인스트럭터'
기사입력 2000년 02월 07일 12시 39분
"골치 아픈 감독직은 싫고, 인스트럭터를 하고 싶어요."
보스턴 이상훈(29)이 `풍운아'의 별명에 딱 어울리는 자신만의 꿈을 밝혔다.
휴식일인 7일(이하 한국시간) 햄버거와 콜라를 싸들고 숙소 인근의 리틀야구 구장인 윌버 C. 스미스 컴플렉스를 찾은 이상훈은 약 2시간 동안 꼼짝도 않고 훈련을 지켜본뒤 불쑥 "은퇴후 나의 꿈은 인스트럭터"라고 털어놨다. 왜 하필 감독이 아니고 인스트럭터냐는 질문에는 "감독은 이것저것 신경을 많이 써야 하기 때문에 질색"이라고 답했다.
"지도자가 되면 즐겁게 야구하는 법을 가르치고 싶어요. 이곳에선 야구를 재미있게 합니다." 이상훈은 아이들의 입가에 웃음이 끊이지 않고, 유니폼도 입지않은 청바지에 셔츠 차림으로 훈련을 받는데 신선한 충격을 받은듯 했다. 운동장에는 4∼6세의 취학전 어린이 20여명이 나와 4명의 코치들로부터 수비와 타격 및 베이스러닝 지도를 받고 있었다.
이상훈은 미국 리틀야구장의 시설에 감탄사를 그치지 않았다. "내가 어릴때 야구하던 때와 많은 비교가 된다"고 말했다. 신길초등학교 6학년때 야구를 시작한 이상훈은 "당시 학교운동장과 한강둔치를 오가며 어두워 공이 보이지 않을때까지 야구를 하곤 했다"고 말했다.
이상훈은 현재까지 한국과 일본, 미국 프로야구를 경험하게되는 유일한 한국인. 감독이든 인스트럭터든 이상훈의 `3국 체험'은 한국야구의 큰 재산이 될 것임에 틀림없다.
[포트마이어스(플로리다주)＝김우석 특파원 kwooseo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