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별난친구 LEE'의 ML 적응하기
기사입력 2000년 02월 06일 12시 31분
"헤이, 사이코."
보스턴의 팀동료들은 이상훈(29)을 `사이코'라 부른다. 머리를 치렁치렁 기르고, 염색까지 한데다, 찢어진 청바지를 입고 다니는 것 등이 특이하게 보인듯 하다. 이상훈은 "라커룸에서 입만 떼면 모두 다 하던 일을 멈추고 나를 빤히 쳐다본다"고 껄껄 웃었다.
이상훈은 6일(이하 한국시간) 포트마이어스에서 훈련을 시작한 지난 1일이후 첫 휴식일을 맞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대부분 마이너리거인 동료들로부터 `별난 친구'라는 인상을 심어놓은 것만은 확실한 것 같다.
그렇다고 무턱대고 튀려고만 노력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철저하게 계산하는 면이 있다.
이상훈은 훈련중 담배가 생각날때면 한국의 고등학생처럼 외딴 건물 뒤쪽 후미진 곳으로 가 살짝 숨어서 핀다. "운동장에서 담배피는 모습을 동료들에게 보이는 것은 예의가 아닌것 같아서"라는 것이 이유다.
이상훈은 최근 의류점을 열심히 기웃거린다. "메이저리거들이 합류하는 20일 이후에는 찢어진 청바지는 입지 않을 것"이라는 다짐 때문이다. 옷도 동료들의 `격'과 팀의 `분위기'에 맞춰 입겠다는 뜻이다.
이상훈의 이런 인식은 메이저리거의 냉혹한 현실을 새삼 느낀 까닭이기도 하다.
훈련 합류후 구단 관계자로부터 직접 소개받은 동료선수는 모두 3명. 톰 고든을 비롯, 데릭 로우(이상 투수), 트로트 닉슨(외야수) 등 모두 메이저리거들뿐이다. 마이너선수들은 아예 공식대면조차 시키지 않은 셈. 이상훈은 "트레이너들도 메이저 선수는 대하는 것이 다르더라"고 털어놨다.
아직은 `천방지축'인 이상훈이지만 나름대로 이런 저런 `룰'을 익혀가며 메이저리그에 서서히 녹아들어가고 있는 것 같다.
[포트마이어스(미국 플로리다주)＝김우석 특파원 kwoose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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