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바쁜 활동에 귀향 포기 '조상님들 죄송합니다'
기사입력 2000년 02월 03일 11시 33분
"조상님들 정말 죄송합니다."
99시즌 한화를 정상으로 이끈 투수 송진우(34), 31게임 연속안타의 주인공 박정태(31．롯데), 국가공인 거포 양준혁(31．해태), 99시즌 타격왕(0.372) 마해영(30．롯데), 연속경기 출전(635경기) 기록보유자 최태원(30．쌍방울)….
프로야구판에서 난다긴다 하는 `굉장한 별들'이 난데없이 조상도 모르는 `괘씸한 놈들'이 될 판이다. 5일은 민족의 대명절인 설날. 그것도 새 천년들어 처음으로 맞이하는 별난 설이다.
한데 하다못해 까치도 쇤다는 이 설을 이들은 송두리째 건너뛰기로 했다. 프로야구선수협의회 일로 다들 귀향을 포기한 것이다. 물론 서울에 살고 있는 강병규(28．두산)와 김재현(25．LG)도 조상님은 추석 때나 뵐 작정이다.
목까지 내걸어 놓고 일을 벌인 마당에 이것 챙기고, 저것 따지다 보면 자칫 선수협의 대오가 흐트러질 우려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가족들과 어울려 윷놀이나 즐길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게다가 격려차 찾아 오는 팬들과 끝없이 걸려오는 전화 때문에라도 더더욱 사무실은 비워둘 수가 없는 형편이다.
선수들은 어차피 서울에 남기로 한 이상 설 연휴를 알차게 보낼 생각이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서울역과 고속터미널 등에서 가두서명 운동을 펼치려는 계획도 그 중 하나다.
과연 조상님들은 이들을 어찌 여기실지 모르겠다. 술 한잔도 안 올린다고 이맛살을 찌푸리실지, 아니면 "사내가 맘 한번 먹었으면 그 정도는 돼야지"라며 흐뭇해 하실지.
선수들은 설을 건너뛴 `사건'이 정 마음에 걸릴 것 같으면 사무실에서 합동차례를 지낼 생각도 하고 있다.
[최재성 기자 kkachi＠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