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종옥] '포근한 고향이 좋아요'
기사입력 2000년 02월 01일 15시 18분
10년 뒤의 배종옥(35).
이지적이고 야무진 모습이 변함없다.
SBS TV `왕룽의 대지'(극본 김원석, 연출 이종한)의 미애역. 89년 KBS 2TV `왕룽일가' 속편. 연기자들도 `왕룽일가'에 출연했던 `어제의 용사'들이 대부분이다.
`왕룽일가' 막판 브라질로 이민갔던 배종옥은 7세된 딸과 함께 `왕룽의 대지'로 돌아왔다. 농지편입으로 벼락부자가 된 구두쇠 영감인 아버지 왕룽. 그를 컨트롤할 수 있는 유일한 딸이 배종옥이다.
배종옥은 최근 극중에서 카페를 마련, 홀로서기를 준비하고 있다.
웬지 극중 모습과 실제의 모습이 퍽이나 닮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왕룽'에 배종옥은 `향수'를 느낀다. 98년 11월 미국유학을 떠났다 `왕룽의 대지' 리바이벌 제작 소식을 듣고 유학 5개월만에 한걸음에 달려올 정도였다.
"밖에 있으면 안이 더 잘보인다고 하잖아요. 마침 우리 것을 다룬 드라마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때였어요."
배종옥의 연기와 삶은 `왕룽'과 인연이 깊다. 신인티를 갓 벗은 10년전. `왕룽일가'를 하면서 방송활동을 포기하려고 했다.
연기가 너무나 어렵고 힘들게 느껴졌다. 그러나 `왕룽일가'를 끝냈을땐 `평생 연기자의 길을 가야 겠다'고 결심했단다. 연기의 참맛을 일깨워 준 것도 `왕룽'이었던 셈이다.
서울 토박이지만 시골정서가 풍부하다. 어릴때 전북 익산의 외가에서 썰매를 타던 기억이 생생하다. 아랫목이 얼마나 따뜻한지도 알고 있다.
차태현 박시은 등 젊은 후배들이 무섭게 치고 오르는 것에 대해 배종옥은 "세월을 거스를 수야 있겠냐"고 말한다.
종종 서울 사당동 집 근처의 산에 오른다. 그 때마다 자신이 겪은 `인생의 풍상'처럼 급변하는 도시와 세상의 모습을 발견한다.
10년 후에 또다른 `왕룽'이 제작된다면? 그땐 40대 중반이겠지만 필요한 드라마인 만큼 무슨 일을 하고 있던지 기꺼이 출연 하겠단다.
배종옥에게선 `세월의 향기'가 물씬 풍긴다.
[이유현 기자 youle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