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극적 재계약 까치의 눈물
기사입력 2000년 02월 01일 13시 24분
해태 김정수(38)는 참 얘기거리가 많은 선수다.
반항적인 성격에 돌출행동, 여기에 우락부락한 외모.
김정수는 80년대 초반 이현세 만화 `공포의 외인구단'이 장안을 휩쓸면서 덩달아 인기 상한가를 쳤다.
만화 주인공 오혜성의 삶이 김정수의 그것과 너무도 흡사했기 때문이었다.
이때부터 김정수의 별명도 자연스럽게 `까치'로 불렸다.
어찌보면 김정수의 삶은 만화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지독히도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는 단 몇푼의 돈을 벌기위해 광주와 목포를 전전했었다.
그에게 야구가 없었다면 일찌감치 `어둠의 세계'에 빠져들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야구 하나만은 `똑 소리나게' 잘한 게 죄(?)였을까.
그는 단 한순간도 야구 글러브를 놓지 않았지만 평범과 타협을 거부하는 성격탓에 힘겨운 선수생활을 보내야 했다.
코치들중엔 김정수를 `다루기 힘든 선수'라고 털어 놓는 사람도 있고, 후배들중엔 무서워 제대로 말 한마디 못붙히는 선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 자존심'에 있어선 어느 누구보다 강하다.
김정수는 한창 잘 나가던 80년 중반 선동열을 보고 코웃음을 쳤다.
"마음 먹고 던지면 선동열 정도는 적수가 안된다"고 툴툴거리며.
이런 김정수가 지금 유니폼을 벗을 위기에 놓여 있다.
지난해 10월 앞뒤 생각않고 덜컥 FA(자유계약선수)를 신청한 것도 자존심과 후배들에 대한 의리때문이었다.
재계약 마감시한을 2시간 앞둔 지난 31일 밤 10시 극적으로 재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김정수는 "아직도 나를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다니 고마울 따름"이라며 눈물을 뚝뚝 흘렸다.
지금부터 김정수는 마지막 야구인생을 펼칠 팀을 찾아 이곳저곳을 기웃거려야 한다.
20여년전 광주와 목포를 오갔듯이.
[김대호 기자 daihokim＠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