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지니스] 전세대란으로 직장인들 밤잠 설쳐
기사입력 2000년 01월 30일 14시 39분
짝수년마다 돌아오는 `더부살이 설움'에 밤잠을 설치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들어 전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자 전세를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싼 집' `작은 집'을 찾아 떠나는 `직장인 엑소더스' 현상도 보이고 있다.
직장인들의 집없는 설움은 짝수년마다 돌아오는 연례행사. 지난 89년 12월 30일에 개정된 `주택임대차 보호법' 발효 이후 90년도 계약자부터는 2년 단위로 전세계약을 맺게 됐기 때문.
더군다나 최근의 전세값 인상율은 지난 7년 중 최고치. 한 부동산 전문회사의 조사에 따르면 신도시, 서울지역을 중심으로 전세값이 가파르게 올라가고 있다.
특히 서울지역 아파트는 지역차가 있지만 매매가 대비 전세가가 평균적으로 98년 41%에서 51%로 높아졌다. 즉 2억원짜리 아파트가 평균 8200만원에서 1억2000만원으로 오른 것.
이같은 전세파동 이후 가장 많이 나타나는 직장인 부류는 `엑소더스(대이동)족'.
즉 현재 살고 있는 전세가격으로 집을 얻기 위해 평수를 줄이거나 집값이 비교적 싼 외곽지역으로 옮겨가는 직장인들이다.
또 다른 부류는 `원대복귀족'. 이번 기회에 아예 시댁이나 처가로 들어가 살림을 합치는 직장인들이다. 목돈을 주식 등에 투자할 수도 있다.
`복지부동족'도 나타났다. 전세기간 연장을 위해 집주인과 무조건 친해지려는 부류. `웃는 얼굴에 침 못뱉는다'는 일념으로 평소에 안하던 집주인 비위맞추기에 여념이 없다.
이와 반대로, 집에 대해 사소한 트집이라도 잡아 집주인과 담판을 벌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이는 감정만 상하는 역효과를 불러일으킬 때가 많다.
또 갖고 있던 주식을 처분하려고 하지만, 곤두박질 치는 주가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사면초가족'도 보이며, 5월 이후 전세값이 안정된다는 소문에 그때까지 무조건 버틴다는 `배째라족'도 늘어날 전망.
부동산랜드 김태호 사장은 "전세값 폭등은 6월이 돼야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형근 명예기자．LG유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