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노트] 가입선수 격감…'위기의 선수협'
기사입력 2000년 01월 28일 23시 35분
겉보기에 탄탄한 바가지가 안에서는 줄줄 샌다.
시민단체와 야구팬, 선거를 앞둔 각 정당까지…. 곳곳에서 `여론몰이'에 성공하고 있는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가 정작 활동의 핵인 가입선수 단속에 실패하고 있다.
79명으로 출범해 한때 130명을 넘었고, 지난 24일 현대 탈퇴 직후에도 80명선을 지켰던 선수협이다. 그러나 나흘만에 이 숫자는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
탈퇴신청서를 내지않으면 탈퇴를 인정하지 않는 선수협측 집계와 얼르고 때려 전훈지행 비행기에 태운후 "탈퇴시켰다"고 발표하는 구단측 집계가 딱 떨어지진 않는다. 그러나 활동 대열에서 사실상 이탈한 선수를 셈해보면 현 선수협 활동인원은 마흔명에 미치지 못한다.
기세좋게 창립을 선언한후 대표들만 남고 뿔뿔이 제집으로 흩어진 것이 결과적으로 작전미스. 해외전훈을 떠난 팀동료들의 소식을 듣고 "버티기 힘들었던 선수들을 이해한다"고 한 롯데 박정태의 말처럼 귀가한 선수 대부분은 가족의 채근과 구단의 끈덕진 회유, 협박을 홀로 견뎌내지 못했다.
선수협 내부에서도 자성의 소리가 높다. "대표단이 대외 홍보활동에 바빠 선수들의 자신감을 확인시켜주고 서로를 격려하는데는 소홀했다"는 비판. 서울에 뭉쳐있는 대표부의 의지는 점점 강인해졌지만, 뚝 떨어진 선수들은 스스로의 의지를 추스리기 힘겨웠다.
가입선수 격감은 KBO가 여론에서 밀리면서도 강경대응에서 물러서지 않는 가장 큰 이유. 가입인원을 틀어막았고, 추가가입을 봉쇄했으니 "대세를 장악했다"고 자신한다.
선수협으로서는 하루빨리 단체훈련 방법을 확정하고, 남은 선수들만이라도 탄탄하게 모으는 일이 다급해졌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