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이유현 '상투 틀고 양복입은 시트콤 행진'
기사입력 2000년 01월 28일 13시 54분
SBS 시트콤 `행진'은 지난 24일부터 `유럽특집'을 방송중이다.
안재모 김승현 등의 유럽여행편을 방송하고 있는데 그동안 꾸준한 인기를 끌어오던 프로에 오히려 찬물을 끼얹고 있어 안타깝다.
제작진(연출 이용해)의 기획의도는 시청자에게 정보와 재미라는 `두마리 토끼'를 선물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런 의도를 반영하고 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다.
지난 26일 방송만 해도 그렇다. 거창하게 `유럽특집'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지만 유럽모습은 정작 방송의 절반도 차지하지 못했다.
오히려 `기인열전'에 나가려는 김윤경의 호두, 호박 등을 깨는 우스꽝스러운 단련 모습이 더 부각됐다.
유럽촬영분과의 연결도 부자연스러워 `억지 춘향격'이다. 엄앵란은 아이들한테 전화가 오지 않는다고 거듭 푸념했고, 이 때마다 장면은 기다렸다는 듯이 피렌체로 바뀌었다.
피렌체에서 김승현이 태권도복을 입은 것 까진 좋았다. 하지만 뒤이은 장면은 아무리 시트콤이라도 눈살을 지푸리게 했다.
행인들이 태권도 시범을 보여준 김승현에게 동전을 던져주자 안재모 정성화는 아예 `수금용 모자'를 벗어놓고 춤을 췄다.
웃음은 커녕 "거지의 구걸행각처럼 비춰져 한국망신 다 시키는 거 아닌가"하는 걱정이 절로 드는 순간이었다.
일정한 상황을 반복하고 뒤집으며 재미를 주는 시트콤은 돈이 적게 드는 대표적인 프로중의 하나로 손꼽힌다. 별 정보도 재미도 감동도 없는데 비싼 돈 들여 왜 유럽까지 `행진'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이유현 기자 youle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