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주희정 선수협 발언' 솥뚜껑보고 놀란 구단들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14시 00분
프로야구판이 선수협의회 출범으로 벌집을 쑤셔놓은 것 같다. 선수와 구단이 벌이는 대결 구도는 마치 마주달리는 기관차를 보는 듯하다.
이런 와중에 프로농구판에도 선수협의회와 관련된 `설화(舌禍)'사건이 터졌다. 삼성의 `테크노 가드' 주희정(23)이 사건의 중심.
발단은 지난 22일 수원에서 벌어진 삼성과 SK의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를 마치고 라커룸으로 돌아가던 주희정을 한 방송사 기자가 돌려세웠다.
기자의 갑작스럽게 던진 질문은 "프로야구 선수협의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것. 주희정은 거리낌없이 "같은 프로선수 입장에서 그들의 심정을 이해하며 선수협의회의 필요성을 인정한다"고 평소의 소신을 그대로 밝혔다. 그날 밤 인터뷰는 그 방송사 스포츠뉴스 시간에 전파를 탔다.
파문은 대단했다. 정작 당사자인 삼성 구단은 대수롭잖게 여겼지만 다른 구단쪽에서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진의를 파악하려는 기자들의 확인전화도 빗발쳤다. 입조심을 시키는데 게을리한 점은 인정하면서 "선수들의 인터뷰까지 통제한다는 것도 우습지 않느냐"는 게 삼성측의 반응이다.
어찌보면 주희정의 이번 `설화사건'은 자연스런 귀결이라는 여론이 높다. 불우한 가정형편 때문에 고려대 2년을 중퇴한 채 프로행을 감행했던 그는 지난 98∼99시즌을 앞두고 나래 구단과 연봉문제로 마찰을 빚은 바 있다.
당시 나래측은 "나이도 어리면서 돈을 너무 밝힌다"며 그를 삼성으로 트레이드했다. 프로세계의 어두운 면을 먼저 경험했던 주희정의 어린 가슴속엔 약자의 설움이 늘 도사리고 있었던 것 같다.
[류성옥 기자 watchdog＠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