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선수협, 경실련 방문 쟁점 5가지 격론
기사입력 2000년 01월 27일 02시 07분
KBO 이상국사무총장과 한화 이남헌사장, LG 권혁철사장이 26일 오후 3시 서울 정동의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을 찾았다.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에 대한 KBO와 8개구단의 입장을 설명했다.
떠나는 KBO 이사들과 마주쳐 오후 4시20분께 선수협 대표단인 한화 송진우, 두산 강병규, 롯데 마해영이 등장. 경실련 대표들과 마주앉아 선수협의 입장과 상황을 툭 터놓고 풀어냈다.
KBO와 경실련의 대화는 비공개였지만, 선수협과 경실련의 토론은 공개로 진행됐다. 경실련은 KBO가 제시한 `선수협을 인정할수 없는 5가지 이유'를 또박또박 전했고, 선수협은 조목조목 반론했다.
경실련을 테이블 삼아 KBO와 선수협이 맞붙은 최초의 설전. 간접적이지만 양측의 첫 대화로 들어도 좋을 `시차 1시간'의 쟁점 토론을 지상중계한다.
▲(KBO)구단마다 상조회가 있다. 선수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익을 대변한다. 굳이 선수협을 만들 필요가 없다.
△(선수협)상조회는 각팀 선수들의 경조사나 챙기는 수준. 선수협은 프로야구 선수 전체를 아우른다. 범위와 활동내용이 완전히 다르다.
▲(KBO)현 선수협은 대표성이 없다. 대표들은 스스로를 자임했다. 각팀에서 선출된 대표가 아니다.
△(선수협)아직 가입안한 선수들도 선수협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음을 확신한다. 현재의 참여숫자로 선수 전체의 뜻을 판단해선 안된다.
선수협 준비과정서 각팀 대표를 투표로 뽑지않은 것은 사실이다. 만약 그런 일을 벌였다면 일을 시작도 하기전에 구단들에 의해 철저하게 붕괴됐을 것이다. 선수협을 오픈시킨 후에도 뻔뻔한 방해공작을 서슴지않은 구단들이다. 전략상 보안이 필요했다.
▲(KBO)연봉문제와 중계권료 등 고도의 전략적인 이슈를 들고 나온다. 불순한 의도의 배후세력이 있기 때문이다.
△(선수협)프로선수가 연봉과 광고료를 얘기하는 것이 왜 불순한가. 양준혁의 후배가 근무하는 SM1에 규약과 계약서의 문제점 파악을 부탁했던 것은 사실이다. 현행법 취지에 어긋나는 규약을 골라내는데도 자문을 받았다. 한문 일색인 규약을 풀어써주고, 법률적 지식을 도와줬다. 그러나 판단은 선수들이 했다. 우리도 19년동안 연봉협상을 해온 프로선수다. 갑자기 2∼3배씩 연봉을 튀겨준다는 사탕발림에 조종당한다는 식의 모함은 참기 힘들다.
더구나 자문단은 이미 해체했다. 아직도 KBO가 배후를 핑계댄다면 대화를 거부하기 위한 억지다.
▲(KBO)선수협은 대화할 자세와 준비가 전혀 안돼있다.
△(선수협)어이없다. 선수협이 출범한후 공식 대화를 제의받은 적이 전혀 없다. 대화를 제의해오면 당장 뛰쳐나가겠다.
▲(KBO)선수협은 노조의 전단계다. 연간 100억원대 적자에 시달리는 국내 구단 실정상 시기상조인 조직이다.
△(선수협)구단은 기업들이다. 연간 100억원대 적자를 순손실로 생각했다면 19년동안 끌어왔겠는가. 또 프로야구를 사업적 성공으로 이끌지 못한데는 구단의 책임이 가장 크다. 선수들 탓으로 떠넘기며 인내를 강요해선 안된다. 선수협 취지중 하나가 바로 구단과 선수가 손잡고 적극적으로 프로야구 발전을 위해 노력하자는 얘기다. 파트너십을 발휘해 판을 키우자는 뜻이다. 갑자기 엄청난 돈을 요구하는 단체인 듯 유치하게 매도하지 말아달라.
선수협은 경실련에게 "일체의 외압을 제거한 상태에서 프로야구 전 선수의 순수한 뜻을 묻는 기회를 만들어달라"고 협조를 요청했고, 경실련은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경실련은 또 "양측 모두 아직 진정한 대화노력이 없었다"면서 선수협과 KBO의 대화 중재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경실련에서는 이석연 사무총장과 최정표 정책협의회의장, 이광택 노사관계위 부위원장과 김용환 기획조정실장, 박병옥 정책실장이 릴레이 토론에 참가했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