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비싼 라운드 비용…별따기 부킹 '아직 그림의 떡'
기사입력 2000년 01월 26일 13시 37분
룸살롱과 같은 호화 유흥업에서나 내는 특별소비세를 지급해야 하는 스포츠가 있다.
골프가 바로 그것이다.
용품에도 다른 종목과는 비교도 안될 세금이 붙고 한때는 호화 사치성으로 몰려 공무원 골프 금지령으로까지 이어졌던 한국 골프는 열악한 여건과는 달리 엄청난 도약을 거듭했다. 박세리-김미현이 세계 정상에 올라서 골프강국의 면모를 보이기 시작한 한국골프는 올해부터는 박지은이 가세해 미국 LPGA에 한바탕 폭풍을 몰고 올 전망이고 최경주도 미국 PGA에 진출,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여건은 너무나 좋지 않다.
김대중 대통령은 최근 "골프도 대중화가 되어야 한다"고 발표해 각가지 법규 등이 완화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일선부서에서는 아직도 꼼짝도 안하고 있는 실정이다. 골프를 통해 엄청난 세금을 걷어들일 수 있고 또 갖가지 이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새천년에는 골프 발전에 장막처럼 가려져 있던 각종 규제가 풀려 대중화가 이루어 질 것인지, 또 대중화가 어디까지 왔고 앞으로 어떻게 진행되야 하는지 짚어본다.
◇현황
지난해 골프장 내장객수는 회원제와 대중 골프장을 모두 합쳐 1000만명을 넘어섰다. 일반적으로 골프인구는 골프장 내장객수의 25%로 계산하는 것이 통례. 따라서 우리나라의 골프인구는 약 250만명 정도로 보고 있다.
여기에다 잠재적인 인구까지 합치면 400만명은 넘는다는 것이 골프업계의 분석이다. 골프에 참여하고 있는 인구를 계산하면 골프는 분명 대중스포츠인 셈이다.
그러나 이 많은 인구가 골프를 치기에는 골프장이 태부족이어서 부킹도 되지 않을뿐 더러 너무나 비싸 엄두가 나지 않아 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다시말해 대중을 수용할 수 있는 퍼블릭 코스가 드물다는 관점에서 볼 때 대중화는 아직도 요원한 상태다.
골프 한번 치려면 그린피에 캐디피, 그리고 식음료대까지 적어도 15만원 정도는 있어야 라운드가 가능하다. 이뿐 아니라 골프용품에도 각종 세금이 붙어 최소 100만원에서 최고 1500만원이나 들어갈 정도다. 비싼 것도 그렇지만 골프장 부킹은 더욱 힘들다. 골프 인구에 비해 골프장 수가 너무 적기 때문에 이제는 골프장 부킹권이 암거래되고 있을 정도다.
이런 상황에서 대중화란 꿈같은 소리다.
◇대중화의 걸림돌
모든 골프업계가 이구동성으로 꼽는 대중화의 걸림돌은 바로 높은 세금.
업계에 따르면 18홀 규모의 골프장을 열 경우 최소 700억원 정도의 비용이 드는데 이중 146억원이 세금이다. 취득세가 80억원, 부가가치세 미환급금이 30억원, 환경개선-농지전용-산림훼손 부담금이 16억원, 개발부담금 20억원 등등.
건설할 때도 그렇지만 운영을 시작해도 세금은 연간 매출의 15~20%나 된다.
다른 체육시설과 비교하면 골프장이 과연 얼마나 더 많은 세금을 내는지 쉽게 알 수 있다. 종합토지세는 골프장이 스키장 등에 비해 1.2배, 취득세는 5배, 재산세는 무려 16배나 더 내고 있다. 세금이 이렇게 많다보니 수지타산을 고려해야 하는 골프장측에서는 어쩔 수 없이 이용료를 올려 받을 수 밖에 없다.
요금도 골프장의 경우 특별소비세, 농특세, 교육세, 체육진흥기금 등 여러가지 세금이 붙어 있어 순수 그린피보다 50% 정도 비싸게 이용자들이 부담해야 한다. 반면 올해부터 특별소비세가 면제된 스키장은 이용요금에 붙는 세금이라고는 부가세가 전부다.
◇대중화의 미래
지난해 김대중 대통령이 박세리 김미현 최경주 김성윤 등의 선전에 고무돼 골프 대중화를 선언했다.
하지만 통치자의 선언으로만 대중화가 되는 것은 아니다.
우선 올해부터 프로와 아마추어 선수들 중 일부의 특별소비세가 면제됐고 취득세를 비롯한 세금이 조금 줄었고 난지도에 대중골프장이 건설되기로 최종 결정이 나는 등 가시적인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곤 있지만 이도 방우영 대한골프협회장이 재직하고 있던 4년간 많은 골프인들이 합심해서 이룩한 노력의 결과다.
대중화의 가장 시급한 것은 바로 세금의 형평성이다. 지금까지 골프장에 부과하는 세금은 고스란히 골퍼들이 떠안았다. 또 다른 스포츠 용품보다도 골프클럽에는 높은 세율이 적용됐던 것이 사실. 따라서 이같은 과다한 부담부터 줄여야 골프 대중화를 이룰 수 있는 분위기가 잡혀나갈 수 있다.
그리고 큰 부담없이 언제든지 골프를 할 수 있는 골프장이 현재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 정부에서 세금을 많이 거둬드릴 수 있는 18홀이나 36홀 등 거대하고 화려한 회원제 골프장보다는 9홀이나 6홀 등 중산층이 부담없이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그런 골프장을 건설토록 유도해햐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골프인들이 합심해 깊게 뿌리 박혀 있는 `골프＝사치스포츠'란 인식부터 바꾸는 것이다.
[이사부 기자 golf＠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