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칼럼] 전여옥 '21세기는 접속의 시대'
기사입력 2000년 01월 26일 13시 19분
`잘있었어요?'하고 홍콩에 있는 절친한 친구에게 이메일로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아주 잘있어요, 여전히 시속 200㎞거든요'라는 답이 왔다.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 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이 세상일을 다 혼자하는 것처럼 미친 듯이 바쁘게 산다는 이야기이다.
사실은 나도 아주 재미있다. 짜릿하기조차 하다. 나의 삶의 속도 역시 정보화 덕분에 무한대의 스피드를 내기 때문이다. 그 한 예가 책을 읽은 독자들의 반응이다. 이 SC칼럼도 그렇지만 요즘은 대개 이메일주소가 명기된다. 당연히 독자들의 반응도 `리얼타임'으로 온다. 무엇이든 빨리 알 수 있다는 것은 아주 좋은 일이다. 지난번 책과 이번에 낸 책과는 2년여의 기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이 변했는지 모른다.
전만해도 강연을 하거나 책을 내면 사람들은 주소나 전화번호를 물었다. 그래서 다소 고전적인(?)방법의 접속이 시도된다. 하지만 편지를 써서 붙이는 일은 사실 이제는 아주 열렬히 사랑하는 연인들만이 하는 특별하고도 특별한 일이 됐다. 답장을 독자에게 하고 싶어도 시간과 게으름을 합리화하면서 나는 대충 밍기적거리곤 했다.
그런데 요즘의 독자는 이메일주소를 묻는다. 그리고 아주 진지하고 뚜렷한 주제로 내게 접속한다. 그 접속은 아주 분명하고 열렬하다. 그래서 이메일을 열어보면 뜨거운 에너지가 넘친다. 나 역시 그 즉시로 답장을 눌러 이메일을 띄운다. 바로 그 이메일이 가는 순간순간 지극히 짧은 리얼타임의 짜릿함을 나는 무한대로 즐긴다. 내가 클릭을 하는 순간 그 즉시로 내 이메일은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도달하는 것이다. 마치 키아누 리브스와 함께 영화 `스피드'의 `미친 버스'를 탔을 때의 흥분을 충분히 맛볼 수 있다.
그것 뿐일까? 그렇지 않다. 독자들과 그 어느때보다 아주 밀접한 접속이 가능하다. 이 가상공간에는 1대1의 아주 특별하고도 배타적인 만남이 가능하다. 물론 모든 것이 공개되고 투명한 인터넷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이메일은 이제까지의 어느 수단보다도 가까운 접속을 약속한다. 인터넷으로 가능해진 무한대의 가능성을 본다. 사랑도 `접속'을 통해서 이제 할 것이다. 섹스도 그렇다. `데몰리션맨'의 주인공에게 하듯 우리도 언젠가 거기까지 가기 전에 우리는 수많은 스침과 만남을 진지하고 깊이있게 탐구하게 된다. 이메일과 채팅을 통해 누군가를 아는 것은 참 현명하다. 용모, 배경, 집안이라는 이른바 `빽'을 과감히 젖히고 `사람' 그 자체만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21세기는 접속하는 자의 시대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클릭건수가 미국에 이어 두 번째라고 한다. 그것은 21세기 `허브'에 더 가까이 가는 행복지수이다.
[방송인 satvki＠chollian.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