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협] 시민단체 동참… 몸통불리기 안간힘
기사입력 2000년 01월 26일 12시 50분
모처럼 기세를 끌어당겼다. 시민단체들의 동참선언과 팬들의 지지가 이어지면서 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더이상 존재를 부인하기 힘든 묵직한 실체로 자리잡고 있는 양상.
그러나 앞길은 여전히 안개속이다. 명분싸움에서 이기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일이 `몸통'을 불리는 일. 가입선수의 숫자가 쑥쑥 늘어나야 하는데 바로 그 작업이 만만찮다.
각구단은 서둘러 해외 전지훈련 출발일자를 앞당기면서 선수협 비가입 선수들의 `격리작업'에 나섰다. 26일까지 두산 현대 삼성 LG가 줄줄이 선수들을 비행기에 태웠다. 차근차근 입지를 넓혀가는 선수협이 한층 자신있는 목소리로 더 많은 동료를 끌어모으려 해도 말을 들을 선수들이 없는 엉뚱한 형국.
이에 선수협 대표들은 협의회의 안정된 틀을 먼저 짜고, 후에 선수들의 참여를 받는 방식으로 운영방향을 정했다. 선수대표 양준혁(해태)은 "당분간 가입설득작업이 의미없게 됐다"고 인정한뒤 "대표들을 중심으로 일단 선수협 공인과 조직 구성에 힘쏟겠다"고 말했다. 과정에 대한 의견차이와 외부압력 탓에 따로 서있지만 비가입 선수들 역시 선수협의 취지와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것이 선수협 대표부의 자신감.
경실련을 비롯해 각 노동단체, 민변, 참여연대, 팬동호회, 영화인회의까지. 선수협 공개지지를 선언하는 시민단체의 수는 눈두덩처럼 불고 있다. 선수협은 이들과 발맞춰 KBO와 8개구단을 압박할 계획. 자문단을 해체하면서 `배후설'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선수협의 최대 강점. 이제 KBO가 취약한 `명분싸움'에 돌입했다는 것이 상황적 호재다.
선수협은 26일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차렸다. 수세에 몰린 KBO가 곧 대화를 제의해올 것으로 기대하면서 입장을 정리해두고 있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