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스켓라운지] 말 갈아탄 적장에 보내는 박수
기사입력 2000년 01월 23일 14시 30분
동양 최명룡 감독은 22일 원정 삼보전을 치르기 전날밤 이리뒤척 저리뒤척이다 아침을 맞았다.
우선 원주에서 여관에 묵는다는 게 왠지 어색했다.
지난시즌까지 3시즌 동안 나래(삼보의 전신)의 사령탑을 맡았던 최감독에게 원주는 `제2의 고향'. 최명룡 감독은 원주에 와 스쳐지나가듯 여관에 묵는 것이 꼭 "친정집까지 와 정작 잠자리는 남의 집에서 갖는 듯한 느낌'이라고 말했다.
또 최감독은 원주 치악체육관에 도착해서는 경기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벤치에 앉지 못하고 엉거주춤 서 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늘 앉던 곳이 아닌 반대편의 원정팀 코트 벤치가 낯설었기 때문.
최명룡 감독의 걱정은 또 있었다.
`말을 갈아탄 적장'으로 변신한 자신에게 원주 관중들로부터 자칫 비난이 쏟아지지나 않을까하는 염려였다.
하지만 기우였다.
지난시즌까지 3시즌 연속 나래를 플레이오프에 올려 놓았던 최감독에게 원주팬들은 아낌없는 박수를 보냈다. 어느 중년의 여성팬은 코트까지 한걸음에 뛰어내려와 최감독의 손을 붙잡기도 했다.
경기시작전 삼보 최종규 감독이 전임 사령탑인 최명룡 감독에게 꽃다발을 전하자 관중석에서는 환호가 터져 나왔다.
`돌고도는 우리네 인생사'를 피부로 실감한 동양 최감독의 하루였다.
[이백일 기자 maveric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