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KBO, '노조'규정 원천봉쇄 총력전
기사입력 2000년 01월 21일 02시 22분
선수협의회 결성에 맞서는 KBO의 전략과 전술은 `초전박살'과 `각개격파'다.
노조가 아니라는 선수들의 항변에는 귀를 꽉 막았다. 선수협의회를 `100% 노조로 발전할 불순단체'로 규정한 KBO는 협의회의 탄생을 원천봉쇄하는데 발벗고 나섰다. "프로야구를 하지 않겠다"는 총재의 으름장으로 무시무시한 `공포탄'을 쏘았고, 재계약 포기라는 즉각적인 제재로 탄탄한 실탄도 준비했다.
구단 하나가 심각한 재정난으로 쓰러진 시점에서 단체행동에 나선 선수들의 상황인식이 "한심하다"는 것이 각구단의 비난. 특히 FA제도를 도입하는 등 선수들의 권익에 대한 KBO의 관심이 더해지고 있는 참에 이런 일이 터졌다며 "물에서 건져주니 보따리 내놓으라는 격"이라고 몰아붙이고 있다.
각구단의 선수협의회 원천저지 방법은 지극히 실질적이다. 성명서를 채택한 20일을 기준으로 이전의 활동은 불문에 부친채 이후의 활동을 제제대상으로 삼았다. 면죄부 대상을 못박고, `재계약 포기' `주동자 특별징계' 등의 서슬퍼런 후속 징계조치를 달았으니 달아날 구멍을 열어두고 쥐를 모는 격이다. 압력이 통할만한 말랑한 신진급 선수들을 주 타깃대상으로 삼아 협의회 불참을 집중 설득한 것도 조기진화 작업의 확률을 높이기 위한 장치다.
전면충돌을 피할수 없게된 KBO와 선수협의회. 양쪽 모두 단호한 의지를 확인한 상황.
어려운 경제여건과 설익은 환경을 강조하는 KBO와 출범 19년동안 제목소리없이 끌려다녔던 선수들의 인권선언 중 어느쪽이 `시대의 동감'을 끌어낼지가 포인트다.
[이승민 기자 cjminni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