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한국 벤처 메카 '테헤란 밸리'
기사입력 2000년 01월 20일 14시 48분
`꿈을 만드는 거리-.'
`테헤란 밸리'는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꿔놓고 있는 서울의 `섬'이다.
여기서는 더이상 기존의 가치관을 허용치 않는다.
정해진 출퇴근 시간에 맞춰 일하지 않아도 되고, 직장내 상하직원간의 껄끄러운 격식도 필요없다.
단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미치면 그만이다.
20대 사장들이 속출하고 있고, 40줄에 들어서면 이 업계에선 할아버지 축에 들어간다.
`테헤란 밸리'는 분명 새천년의 용솟음과 함께 화려한 조명을 받고 있는 한반도의 첨단 이색지대이다.
서울 지하철 2호선인 강남역과 역삼역, 선릉역, 삼성역을 잇는 약 10㎞의 띠를 따라 펼쳐진 테헤란 밸리에는 현재 200여 벤처기업들이 몰려있다.
양재-포이동 지역과 압구정동에 있는 벤처기업을 합치면 그 숫자는 무려 1300~1500여개로 불어난다.
지난해 11월말 현재 벤처기업수가 4700여개에 이르는 것을 감안하면 이곳에만 거의 30%의 벤처기업들이 있는 셈.
한통프리텔과 LG텔레콤, 데이콤, 한글과컴퓨터, (주)다음커뮤니케이션 등 굴직굴직한 정보통신 업체들이 이곳으로 이사를 오는 등 지금도 계속 `테헤란 밸리로의 행진'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나 정보통신부의 이전도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벤처기업들과 같이 호흡하고 정보통신업계에 내실있는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처럼 테헤란 밸리에 벤처 업체들이 모여들고 있는 것은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
또 이 지역에 젊은 층의 유동인구와 특급호텔이 많다는 것도 매력적인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해 9월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이전한 네띠앙의 홍윤선 사장은 "초고속통신망 등 통신시설이 완비돼 있는 데다 정보교환을 할 수 있는 업체들이 몰려 있어 일의 효율성에서 다른 지역보다 월등하다"고 말했다.
현재 테헤란 밸리의 초입에 해당하는 강남역 주위에는 한솔PCS와 야후 코리아, 퀀텀사 등이 있고, 역삼역에는 LG텔레콤과 나래이동통신, 네이버컴, 아이네트, 삼성멀티캠퍼스 등 굵직굵직한 정보통신 업체들이 있다.
선릉역 부근에는 한국통신프리텔과 신세기통신, 삼성 SDS, 데이콤, 현대반도체, LG전자, 안철수 연구소 등이, 삼성역에는 한글과컴퓨터, 애플컴퓨터, 드림라인, 다우데이타 등이 자리잡고 있다.
이렇다 보니 낮과는 상반된 일그러진 `밤'의 모습이 입방아꾼들에 의해 회자되기도 한다.
이 일대의 룸살롱들은 연구 개발 등 본연의 업무보다는 젯밥(주식)에 관심이 더많은 일부 벤처 기업인들로 꽉 들어차 예약하지 않으면 들어갈 수도 없을 만큼 매진사태(？)를 기록하고 있다는 것.
(주)다음커뮤니케이션의 이재웅 사장은 "물론 업무상 꼭 필요할 때는 그럴수도 있겠지만, 이같은 얘기들은 너무 부풀려져 흘러다니는 것 같은 느낌도 든다"며 "대부분의 직원들은 밤 늦은 시간까지 일에 매달리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요즘들어 명칭의 변경이 거론되기도 하지만 아뭏든 테헤란 밸리는 `도전과 성취'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는 `젖줄'이 되고 있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는 젊은 군단들이 그려내고 있는 새로운 미래상이 궁금하기만 하다.
[나성률 기자 nas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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