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내장외] '원시인' 강성우 휴대폰은 괴로워
기사입력 2000년 01월 20일 14시 12분
롯데 강성우(30)에게 드디어 휴대폰이 생겼다.
상조회장으로 뽑힌 후 연락 수단이 없어 구단관계자 및 주변 사람을 애태우게 했던 강성우. 몸에 무언가 가지고 다니질 못하는 성격을 알기에 그에게 `휴대폰 채우기'는 비밀작전처럼 진행됐다.
최용락매니저는 지난 18일 강성우를 조용히 불렀다. 무슨 일이냐고 물었지만, 잠시 밖으로 나와보면 안다는 말에 무심코 따라간 곳은 부산 사직구장밖의 한 통신회사 대리점. 낌새를 채고 도망가려 했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건물안으로 내몰린 강성우는 최매니저가 손수 비용을 지불해 생애 처음으로 휴대폰을 가지게 됐는데. 이런 경황이 없는 가운데서도 그의 팔불출(?)적 특성은 여지없이 드러났다.
강성우가 가지게 된 전화번호의 마지막 네자리는 `1267'. 자신의 등번호 `12'에 아내가 선수시절 가졌던 등번호와 좋아하는 숫자를 결합한 것이다.
강성우의 아내 이강희씨(31)는 여자실업농구 국민은행의 내로라했던 골잡이. 지난 95년 경남상고 선배인 가수 `수와 진'의 소개로 만나 98년 결혼에 골인해 행복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윽박지르듯 일사천리로 휴대폰을 갖는 과정에서도 강성우는 사랑하는 아내를 생각하며 비상한 순발력으로 둘만의 의미있는 번호를 만들어냈다. 그러고는 최매니저의 `공처가'라는 놀림에도 별 상관없다는 듯 행복한 표정이다.
하지만 흐뭇함도 잠시. 연신 울려대는 휴대폰 벨소리가 벌써부터 그를 괴롭히고 있었다.
[부산＝신남수 기자 delta＠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