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평정심 아쉬운 '국민스타' 찬호
기사입력 2000년 01월 18일 12시 44분
스타는 어떠한 경우에도 평정을 잃지 말아야 하는게 아닐까?
할아버지 박효원옹이 별세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17일 훈련일정을 뒤로한 채 귀국한 LA다저스 박찬호(27)는 공주시 산성동 본가에 마련된 빈소에서 끝내 울음을 터뜨렸다.
박옹은 향년 92세. 때문에 주변에선 `호상'이라며 위로했지만 박찬호는 아픈 마음을 달래지 못했다.
정신적 지주였던 할아버지의 `마지막 순간'을 옆에서 지키지 못한 것에 대해 크게 아쉬워했다. 평소 모습과 달리 마스크에 모자를 푹 눌러쓴 채 김포공항에 도착한 박찬호는 공주로 내려오는 동안 내내 한마디 말없이 침통한 표정을 지었다고 동행한 매형 김만섭씨는 전했다.
17일 오후 10시 15분쯤 공주 본가에 도착한 박찬호는 검은 가죽점퍼에 고개를 깊숙히 파묻고 막내동생 친구들의 호위를 받으며 빈소로 향했다.
미리 기다리고 있던 보도진들에게 취재를 자제해 달라는 의사를 김만섭씨를 통해 간접적으로 전달한 박찬호는 집에 도착하자 문을 걸어 잠그는 등 외부와의 접촉을 극도로 꺼렸다.
일련의 과민 반응에 대해 주변사람들은 `너무한것 아니냐'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의아해 했다.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호령하는 박찬호도 할아버지의 부음앞에선 한낱 마음약한 시골 청년일 따름이지만 `국민스타'답지 못한 처신은 당분간 팬들의 입에 오르 내릴것으로 보인다.
[공주＝한준규 기자 manbok＠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