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권의야구야그] 쌍방울의 슬픈운명
기사입력 2000년 01월 14일 15시 01분
쌍방울구단의 `짧은 생'을 슬퍼한 비였을까. 쌍방울레이더스가 한국야구위원회(KBO)로부터 퇴출 당한 지난 12일 서울에는 비가 내렸다. 11년전을 거슬러 올라간 89년 7월 8일에도 비가 내렸다. 그날은 KBO 구단주회의가 제8구단으로 쌍방울과 미원을 전북 연고지로 최종확정한 날이다.
이날 오전 창단이 확정되자 쌍방울은 낮 12시 조선호텔 20층 갤럭시룸에서 공식기자회견을 마련했다. 그러나 아침부터 갑자기 내린 비로 쌍방울 이의철 사장과 송동섭 상무가 20여분이나 늦게 기자회견장에 나왔던 기억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레이더스는 `돌격'을 멈추고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졌다.
쌍방울의 첫 출발은 의욕에 넘쳤고, 팬들의 격려도 대단했다. 짝수인 7개구단에서 양대리그가 가능한 8번째 구단이었기에 더욱 뜻이 깊었다.
`존경하는 내외귀빈 여러분, 300만 전북애향도민 여러분, 그리고 프로야구를 아끼는 팬 여러분! 남녁길을 달려온 희망찬 봄소식과 함께 지금 쌍방울레이더스의 출범을 알리는 뜨거운 함성이 덕진벌 곳곳에 물결치고 있습니다. 저는 오늘 한국프로야구사에 새로운 장을 여는 이 가슴 벅찬 순간을 맞이하여…'
90년 3월 31일. 예순여섯의 이봉녕 구단주는 감회에 찬 목소리로 창단 인사말을 이어갔다. 창단식에는 김대중 대통령(당시 평민당 총재)의 화환을 비롯 각계 초청인사와 전북도민 등 5천여명이 전주실내체육관을 꽉메워 전북도민의 축제가 됐다. `3년내 우승'을 목표로 내건 쌍방울은 90년 공식출범한 2군리그에서 승률 6할2푼9리로 우승한후 91년부터 페넌트레이스에 뛰어들어 첫해 OB(현 두산)를 꼴찌로 밀어내고 7위를 마크했다.
그러나 이후 전북연고지의 부족한 선수자원과 재정적 압박까지 겹치면서 93년부터 쌍방울의 매각설은 비시즌의 단골메뉴로 신문에 오르내리더니 97년 11월 IMF사태에 따른 모기업 부도로 영욕의 9년의 짧은 생을 마감하게 된 것이다. 쌍방울은 그동안 부진한 성적으로 비난도 받았지만 돌격대식 파이팅과 오기로 뜨거운 박수와 함께 감동도 불러일으켰다. 그동안 쌍방울을 아끼고 성원해준 팬들과 쌍방울선수단의 행운을 빈다.
[부국장 joygu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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