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조훈현-루이 '반상타이틀' 세계 첫 대결
기사입력 2000년 01월 12일 14시 12분
세계 바둑사상 처음으로 프로기전 결승전에서 남녀 성대결이 벌어진다.
오는 17일 한국기원에서 천하의 고수 조훈현 9단(47)과 세계 여류 최강 루이나이웨이 9단(37)이 국수전 타이틀을 놓고 격돌하는 것이다.
루이 9단이 지난 4일 예상을 뒤엎고 이창호 9단(25)을 꺾고 도전권을 획득, 타이틀 보유자인 조 9단을 상대로 오는 2월21일까지 3번기를 두게 됐다.
각종 국제대회나 프로기전에서 남녀 프로기사가 대국을 벌인 경우는 더러 있으나 결승전에서 성대결이 벌어지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여류기사들이 남자 기사들의 벽을 뛰어넘지 못해 결승진출이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써 조 9단은 세계 최연소 입단(9살), 세계 대회 사이클링 히트, 세계 최다승(1109승) 등 숱한 기록 외에 여류기사와 타이틀전을 벌이는 진기록을 추가하게 됐다.
루이 9단은 중국 출신으로 주로 일본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3월 국내에 들어와 여류국수전을 제패했으며 보해배 세계 여자바둑 선수권대회를 3차례나 석권한 강호로 세계 최강인 이 9단을 꺾고 그의 스승인 조 9단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
이들의 성대결도 관심사지만 둘 다 유명한 싸움바둑들이어서 더욱 주목되고 있다.
루이 9단은 도전자 결정전에서 이 9단과 치열한 전투를 벌인 끝에 대마를 사로잡으며 147수만에 만방으로 이겼다.
그러나 조 9단도 전투에 관한한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빠른 템포로 치고 빠지는 스타일이어서 백병전을 벌이는 루이 9단과의 대결은 난투극이 될 것으로 바둑계는 전망하고 있다.
한 바둑전문가는 "이번 성대결은 루이 9단이 또다시 이변을 일으키고 바둑황제 조 9단을 꺾을지도 관심사지만 이들 두사람의 난투극이 어떻게 전개될지가 더 궁금하다"며 "틀림없이 멋진 기보가 연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규승 기자 kslee＠sportschosun.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