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사랑찬호] 그림자 7년 스티브의 애환
기사입력 2000년 01월 10일 13시 43분
새천년이라는 기대감속에 흥분과 열광의 도가니이던 지난 연말과 연초는 내게는 심사 숙고와 번민과 때론 고통스런 날들이었다.
빅딜을 앞둔 찬호를 과연 내가 맡아서 제대로 해낼 수 있을까에 대해 정말 많이 생각했다. 암만 생각해도 자신은 있었다.
지난 7년간 찬호의 에이전트 일을 하면서 많은 경험을 했고, 지난번 계약때도 당시로서는 아주 좋은 2년간 300만달러 계약을 따냈었다.
이제 본격적인 빅딜을 앞두고 공부도 많이하고 전문가들의 조언도 듣고 연구도 많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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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냉정해지려고 노력했다.
한국 최초로 메이저리그 마운드를 밟고 3년 연속 10승 이상씩을 올리며 스타로 부상하고 있는 찬호에게 과연 어떤 결정이 가장 올바른 것일까를 두고 고민했다.
욕심도 있고, 자신도 있지만 지금 당장은 나보다 더욱 좋은 결과를 얻어낼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힘들었다.
스콕 보라스는 설명이 필요없는 메이저리그 최고의 에이전트다.
구단들이 경원의 대상으로 여길 정도로 연봉 협상에 관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친구다.
메이저리그 선발 투수만 18명씩 데리고 있고 이름만 대면 아는 유명 선수들이 보라스의 협상으로 속속 천만장자가 됐다.
다저스와 계약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나는 결단을 내릴 때가 왔다고 생각했다.
찬호를 위해서도, 그리고 내가 데리고 있는 다른 선수들을 위해서도 `계약의 달인'인 보라스에게 한수를 배우고 또 찬호에게 최대한 좋은 계약을 따주어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찬호는 늘 한국 선수들에게 잣대가 돼왔다.
처음 다저스와 계약할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120만달러의 계약금을 받아내 그후에 오는 선수들도 대개 100만달러대를 넘어서는 계약금을 받게됐다.
앞으로도 찬호는 계속 최초의 기록을 이어갈 것이고, 이왕이면 확실하게 최고의 승부사에게 찬호를 맡기기로 최종 결심을 했다.
바로 보라스를 찾은후 8일 찬호에게 전화를 했다.
내 의사를 전달하자 찬호는 잠시 말문을 잊었다.
자기도 생각은 했지만 내가 먼저 제안을 하리라고는 생각지 못한것 같았다.
고맙다는 말을 하는 찬호에게 "나 역시 이런 기회를 준 너에게 감사한다"고 말해줬다.
이제 찬호의 광고나 야구외적인 문제를 맡게 됐지만 메이저리그에 도전하는 한국 선수들의 올바른 길잡이가 되겠다는 결심을 더욱 굳게 한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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