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가 이러쿵 저러쿵] 촬영장 잔소리꾼 배우C씨
기사입력 2000년 01월 09일 16시 28분
우리 속담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다. 음식을 조리할 때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찌개를 끓이면서 간을 보는 사람이 많으면 그 찌개의 맛을 가늠하기 어렵게 된다.
맛이 우러나기도 전에 "짜다" "싱겁다" "고추장을 더 넣어라" "물을 더 넣어라"고 참견을 하다가 정체불명의 찌개를 만들어내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이것은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면서도 마찬가지다. 매번 느끼는 것이지만 작품 한 편을 만들다 보면, "감 놔라, 대추 놔라"며 참견을 하는 사람들이 왜 그렇게 많은 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런 참견을 하는 사람들중 상당수가 결과에 대해 책임을 못지는 위치에 있는 경우가 많다.
물론 영화 한 편이 만들어지기까지는 여러 사람의 의견을 반영하는 과정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제작진의 중심이 얼마나 잘 서 있느냐다.
중심이 서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이 말도 듣고, 저 말도 듣다보면 한마디로 맛도 없는 `잡탕찌개'가 되고 만다.
때론 드라마나 영화에 출연하는 배우들, 그들의 매니저들도 이런 참견의 대열에 합류하곤 한다.
올 7월 방영될 예정으로 사전 제작되고 있는 한 드라마의 경우, 대본까지 나왔지만 드라마 배역을 최종적으로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요 출연진 한 명이 자신이 맡을 배역에 대해 못마땅한 눈치를 내보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른 연기자의 매니저도 덩달아 "배역을 바꿔달라" "출연 장면을 늘려달라"며 야단이라고 한다. 이러다가 액션도 아니고 멜로도 아닌 이상한 드라마가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선다.
국내 영화배우 중에도 촬영장 뒤편에서 종종 `감독'으로 별명으로 불리는 이들이 있다. 영화배우 C씨와 B씨. 이들은 스태프들의 촬영 후일담에 꼭 등장하는데 그 때마다 "C감독", "B감독"으로 불린다.
물론 배우들의 연출(?)이 잘 된 방향으로 영화를 끌고 간 적도 있지만, 역효과를 본 적도 많다.
지금은 한국 최고 톱여배우로 성장한 S양은 수년전 데뷔작에서 C배우와 조우했다.
엄연히 감독이 따로 있는데, C감독(?)으로부터 일일이 지시를 받으며 연기해야했던 S양은 촬영도중 남몰래 눈물을 흘린 적도 있다고 한다.
물론 C배우는 최근들어 출연한 영화에서도 자기의 목소리를 많이 내고 있는데, 예전보다 촬영장에서 "C감독"이란 호칭은 많이 줄어들었다.
그만큼 자기 목소리를 내는 방식이 세련되어진 모양이다. C배우가 많이 성숙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글:이문성[영화기획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