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승] 팀 9연패 탈출… 삭발 효험
기사입력 2000년 01월 09일 15시 13분
전장을 향하는 병사는 머리카락과 손톱을 미리 조금씩 잘라 병영에 남겨둔다.
LG `바람의 아들' 양희승(25)도 그랬다. 4년간 애지중지 기르던 `꽁지머리'를 지난 7일 숭덩숭덩 잘라버렸다. 지난 3일 코칭스태프와 선후배가 머리를 짧게 깎을 때도 홀로 `장발'을 고집했던 양희승은 팀이 9연패에 빠지면서 마침내 미장원을 찾았다.
허전해진 뒤통수를 연신 만지작거렸던 양희승은 다음날인 8일 잠실 신세기전서 팀최다인 24득점을 퍼부으며 연패탈출을 이끌었다. 야투성공률 71%(5/7), 자유투 성공률 85%(11/13)로 공격기회를 여지없이 득점으로 연결한 셈.
이날 게임이 끝난 뒤 가진 인터뷰때 양희승의 표정은 비장해 보였다. "하루만 더 버텼으면 자르지 않아도 될뻔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아쉬운게 사실이지만 팀이 우선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잘린 머리카락은 LG 농구단 한상욱 과장이 따로 챙겨 보관해 두고 있다. 양희승이 슬럼프에라도 빠지면 보여줄 작정이란다.
다부진 `단발 결의'를 보인 그가 앞으로 한과장을 다시 찾을 일은 없을 것 같다.
[김종석 기자 jskim＠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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