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고향골'] 냄새없앤 흑염소 숯불구이 일품
기사입력 2000년 01월 07일 14시 23분
옛부터 흑염소 고기는 강정(强精) 식품으로 인기가 높았다.
숫놈 한마리가 암놈 100마리를 거느리고 살기 때문이다.
약초와 각종 열매를 먹고 사는 흑염소는 보혈(補血) 작용을 하고, 혈액 순환을 도와 고혈압과 당뇨병에 좋고 성인병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신경통과 골다공증에 좋으며 칼슘과 단백질이 다른 어떤 고기보다도 풍부하다.
그러나 흑염소를 먹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특유의 냄새 때문이다.
이같은 까닭에 흑염소요리를 하는 식당을 별로 없다.
그 가운데 부산 동래산성의 산성마을에서 흑염소 불고기를 동래파전, 산성 막걸리와 함께 파는 게 알려져 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서울에서도 맛있는 흑염소 불고기를 먹을 수 있게 됐다.
서울 삼성동 `고향골'(02-558-7666)은 개업 4개월만에 식도락가들에게 맛을 인정받은 흑염소 불고기집이다.
이 집 불고기는 `바싹 불고기'식으로 나오는 동래 흑염소 불고기와 달리 `광양 불고기'식이다.
흑염소 특유의 냄새를 없애기 위해 배(梨) 즙에 잰 뒤 식탁에서 공처럼 동그랗게 말아 놋쇠로 만든 석쇠에 얹어 숫불에 굽는 맛이 일품이다.
이 집의 주인은 윤동균씨(전 프로야구 OB베어스 감독).
흔히 유명인이 운영하는 식당은 맛이 떨어진다고 하지만 `고향골'의 흑염소 불고기만큼은 확실한 예외다.
윤씨는 고향인 대전에서 1년생 흑염소를 공급받아 `맛의 감독'으로 거듭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가정집을 개조해 아랫묵처럼 따끈한 방과 넓직한 마당도 고향골의 특색이다.
[김승우 기자 swkim＠sportschosun.com]
